코끼리도 사람처럼 서로 이름을 부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0일(현지시간) 마이클 파르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 행동생태학자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케냐에 서식하는 야생 아프리카코끼리 두 집단의 울음소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파르도 박사는 "코끼리가 각 개체에게 특정 발성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에게 전달된 호출은 무시하면서 자신에게 전달된 호출을 인식하고 반응한다"며 "이는 코끼리가 소리만 듣고 그 소리가 자신을 위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코끼리는 시끄러운 소리부터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낮은 소리까지 다양한 소리를 낸다. 연구팀은 1986년~2022년까지 케냐의 삼부루 국립보호구역과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기록된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조사하고, 기계학습알고리즘을 사용해 469개의 서로 다른 울음소리를 식별했다.
조사결과 코끼리들은 먼 거리에 있는 서로를 부를 때, 혹은 어른이 어린 코끼리에게 말을 걸 때 주로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일반적으로 내는 소리는 조화가 풍부한 저주파 소리였다.
연구진은 친구나 가족인 코끼리가 이름을 부르는 녹음을 들려주자 코끼리는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성체는 새끼 코끼리보다 이름을 부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는 해당 재능을 익히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음을 뜻한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특히 코끼리는 모방없이 이름을 부르는 최초의 비인간 동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돌고래와 앵무새는 서로를 부를 때 소리를 모방한다. 이와 달리 코끼리는 상대방이 부르는 소리를 흉내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코끼리와 인간이 듣는 상대를 위해 임의의 이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진 유이한 동물임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코끼리가 다른 코끼리를 부르고자 모방하지 않는 소리를 사용한다는 증거는 코끼리가 추상적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코끼리의 조상이 약 9000만년 전 영장류와 고래류에서 갈라졌다는 점을 고려해 이 이름 부르기 능력의 진화적 기원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비영리단체 세이브더엘리펀트(Save the Elephants)의 프랭크 포프 CEO는 인간과 코끼리는 "고도로 발달한 두뇌를 필요로 하는 대가족 사회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많은 유사점을 공유한다"며 "코끼리들이 서로 이름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앞으로 밝혀질 일의 시작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에콜로지&에볼루션'(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