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되면 여름 체감온도 41.2% 상승
강력한 엘니뇨가 겹친 탓에 '역대 가장 더운 해'였던 지난해 기온이 5년 내 경신될 확률이 86%에 달하고, 산업화 이전대비 최대 1.9℃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 '1.5℃'가 사실상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2028년 5년 사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대비 1.1~1.9℃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 5개 연도 가운데 국제사회가 '마지노선'으로 정해놓은 1.5℃를 넘어서는 연도가 한해라도 나올 확률은 80%, 역대 최고 연평균기온인 지난해 1.45℃를 뛰어넘을 확률은 86%에 달한다는 전망이다.
이번 예측치에 대해 코 배럿 WMO 사무차장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의 1.5℃ 제한선은 수십년에 걸친 장기적 온난화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번 예측이 국제사회의 목표를 영구적으로 어겼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기후추세를 보면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정의 목표달성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 2017~2021년 1.5℃ 목표를 초과하는 연도가 나올 확률은 20%에 불과했지만, 2023~2027년엔 66%로 상승했고, 이젠 80%까지 올라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1~12월 단위로 떨어지는 각각의 연도별 기온이 아닌, 12개월 연속치로 보면 이미 1.5℃ 제한선을 뛰어넘었다. 엘니뇨 여파로 최근 12개월 연속 월평균기온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지난해 6월~올 5월 사이 평균기온 상승폭은 무려 1.63℃에 달했다. 월별로 보더라도, 지난해 3월~올 2월까지 상승폭은 1.56℃였고, 지난해 4월~올 3월까지 상승폭은 1.58℃로 기록됐다.
더구나 역대 3번째로 강력했던 이번 엘니뇨가 소멸하고, 올 하반기부터 지구를 식혀줄 라니냐가 본격 도래할 전망이지만,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지금까지 근접한 적 없었던 2℃에 가까운 1.9℃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5℃일 때와 2.0℃일 때 나타나는 이상기후 현상은 차이가 크다. 일례로 지난 9일 국립기상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온난화 수준별 기후변화 영향정보 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구 평균기온이 1.5℃에서 2℃로 0.5℃만 커지더라도 국내 여름철(6~9월) 체감온도는 41.2% 커진다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불쾌지수도 '높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바뀌고, 냉방이 필요한 날을 뜻하는 '냉방도일'도 1.5℃일 때 132.5일, 2℃일 때 179.7일로 47.2일 늘어난다.
태평양 도서국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세계 환경의 날 특별연설에서 "작은 섬과 해안지역은 지구 온도 상승폭 1.5℃와 2.0℃ 사이에서 생존과 소멸이 갈릴 것"이라면서 "1.5℃ 상승은 목표가 아니라 물리적 한도"라고 강조했다.
배럿 WMO 사무차장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더 큰 노력을 시급하게 기울이지 않으면 수조달러의 경제적 비용과 수백만명의 인명 피해, 생물다양성에 대한 광범위한 피해 등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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