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 시추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기후솔루션은 해당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후솔루션은 "정부가 약속한 탄소중립 계획에 전면 배치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없는 구시대 '에너지 안보' 구호의 답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은 "향후 수십년 동안 동해에서 가스와 석유를 실제 뽑아낸다면 여기 투입될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은 화석연료 산업의 생명줄을 늘리는 데 쓰일 것"이라며 "한국이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7배가 넘는 규모의 가스전을 퍼올려 태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탄소중립 달성을 몇 년 늦추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이 지금까지 밝혀온 자신의 다짐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계획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기후위기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하고 한국이 대응에 동참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공언했다.
국민의힘 역시 지난 22대 총선 기간 중 '기후위기 문제는 국가 차원의 엄중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상설 등 각종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더욱이 대규모 가스전은 이산화탄소보다 84배가량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누출 위험도 크다.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가스 12.9억톤을 모두 채굴한다면 생산과정에서 메탄 배출량만 800만~3200만톤(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6.6억~26.8억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연간 메탄 배출량의 32배에 달하는 양으로, 2021년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가입한 '국제메탄서약'을 위반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이번 석유·가스전 개발은 정부가 전망한 '장밋빛 경제효과'를 가져오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변화 대응 등이 가시화하면서 전세계 화석연료 수요가 향후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문가 실무안에 따르면 한국의 가스 발전량은 2038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계획대로면 2038년까지 우리나라 가스 발전량(78.1TWh)은 재생에너지 발전량(230.8TWh)의 1/3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 미래 에너지 안보의 기준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확보로 옮겨가야 한다는 세계적 기조를 정부도 인식하고 있는 찰나에 정부는 자가당착에 빠진 발표를 내놓은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투자 관점에서도 납득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석유‧가스전 개발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정부가 내세운 시추 성공률도 20%에 불과하다.
기후솔루션은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생산은 석유와 가스 수요가 이미 줄어든 2030년대 중반 이후에야 시작될 전망이며 운영기간은 탄소중립 기한을 훌쩍 넘긴 2070년까지 이어진다"며 "단기간에 확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가능한 해상풍력, 태양광 발전 등을 두고 이런 사업에 기회 비용을 날리는 것은 어리석은 투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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