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항공기에 큰 피해를 주는 난기류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공항은 카타르항공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면서 12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항공기에서 난기류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불과 5일만이다.
카타르 도하에서 출발한 더블린행 QR017편 항공기는 이날 튀르키예 상공에서 난기류와 맞닥뜨렸다. 이 사고로 승객 6명과 승무원 6명이 다치고 이 가운데 8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여객기의 기종은 보잉의 '787-9 드림라이너'다.
해당 여객기는 난기류 사고 이후에도 최종 목적지 더블린까지 비행했다. 공항 측은 "오후 1시경 여객기가 예정대로 더블린에 안전하게 착륙했다"며 착륙 직후 응급서비스가 지원됐다고 전했다.
지난 21일에는 싱가포르항공 SQ321편 여객기가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중 미얀마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1명이 사망하고 104명이 다쳤다.
난기류에 휩쓸린 여객기는 약 3분 만에 무려 1800m 급강하했다. 이 사고로 심혈관계 기저질환을 지닌 73세 영국인 남성이 사망했다. 항공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약 30년만에 발생한 난기류 사망사고다.
다른 탑승객들도 상당수가 두개골과 뇌, 척추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치료를 맡은 방콕 사미티벳 병원에 따르면 두개골과 뇌손상으로 치료받는 승객이 6명, 척추를 다친 승객이 22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같은 난기류의 강도와 빈도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만 약 6만5000대의 항공기가 난기류를 경험하고 이 가운데 5500대는 심각한 난기류를 맞닥뜨린다.
영국 레딩대학교 대기학과의 폴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은 지난 1979년부터 2020년 사이 극심한 난기류 발생 건수가 55%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관련 분야 연구를 진행해온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 2022년 CNN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심각한 난기류가 향후 수십년간 두배, 혹은 세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난기류의 평균 지속시간도 10분에서 20분, 혹은 30분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맑은 하늘에 갑자기 발생하는 '청천 난기류'(Clear-air-turbulence)에 주목했다. 청천 난기류는 폭풍이나 구름같은 전조증상이 없어 피하기 어려운데, 윌리엄스 교수는 앞으로 2050∼2080년에 청천 난기류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 사이 난기류로 발생한 사고의 약 28%에서 승무원들이 어떤 경고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난기류로 인한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상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내에서 서서 일해야 하는 승무원들은 난기류로 인한 부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기내 난기류 부상 사례의 약 80%도 승무원과 연관된 것이었다.
미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난기류는 오늘날 발생하는 항공사고 중 가장 흔한 유형이다. 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는 난기류 사고 등으로 인해 미국 항공사들이 연간 5억달러(약 6800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항공 규제당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사고가 더 잦아지고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며 난기류 등 여객기 사고가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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