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30개 환경단체들이 이달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을 이용해 한국의 화석연료 확대정책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은 화석연료 투자에 공적금융을 많이 투입하는 국가로, 오는 24일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열리는 G7재무장관회의에 초청받았다.
이에 그린피스 이탈리아사무소, 지구의벗 일본사무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등 30개 국내외 기후환경단체들은 G7재무장관들에게 한국의 화석연료 확대 정책에 대해 압박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지난 17일 발송했다고 기후솔루션이 20일 밝혔다.
기후환경단체들은 한국이 글로벌 기후대응을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캐나다에 이어 '공적금융 화석연료 투자규모' 2위 국가다. 캐나다는 지난 2023년 신규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머지않아 한국이 캐나다를 제치고 1위를 하는 불명예를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기후연구단체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2020~2022년 통계를 보면, 한국은 연평균 100억달러(약 13조원)가 넘는 공적금융을 화석연료에 투자했다. 2019년~2021년 통계에서는 한국의 '공적금융 화석연료 투자규모'가 캐나다와 일본에 이어 3위였는데, 이후 통계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국이 화석연료 투자규모 순위가 상승하는 까닭은 다른 나라들은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매우 더디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규모 1위인 캐나다는 2019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16.2%에서 2022년 16.9%로 늘었고, 일본 역시 2019년 18%에서 2022년 22.7%로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은 2019년 5.13%에서 2022년 8.1%로 아직 10%도 넘지 못했다.
특히 캐나다는 '청정에너지전환 파트너십'(CETP) 출범 이행과정에서 '신규 화석연료 투자중단' 정책을 발표했다. CETP는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 26)에서 화석연료 금융중단 및 청정에너지 전환을 뼈대로 출범했으며, 미국·유럽연합(EU)·영국·호주 등 4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후 G7도 2022년 정상회담에서 유사한 수준의 화석연료 투자중단을 약속한 바 있다.
일본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발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일본이 2020~2022년에 청정에너지에 쏟아부은 자금은 연평균 23억달러(약 3조1000억원)에 이른다. 같은기간 한국은 8억5000만달러(약 1조1500억원) 투자하는데 그쳐, 일본과의 격차가 3배에 이르고 있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를 암모니아 혼소발전으로 전환해 화석연료발전의 폐쇄시점을 늦추고 있는 한국과 달리, G7은 지난 4월 30일 열린 기후·에너지·환경장관 회의에서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결의했다. 이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암모니아 혼소발전으로 전환하겠다는 한국의 전환정책과 결을 달리하는 부분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은 지구의 평균 기온상승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2050년에는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수소, 암모니아, 탄소포집·저장(CCS) 등의 기술활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2023년에 전세계 평균기온이 일시적으로 1.5℃를 넘은 바 있고,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럽의 치명적인 폭염과 산불, 아시아의 전례없는 홍수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 투자중단이 더는 늦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의장국인 이탈리아 정부를 비롯한 G7이 한국의 화석연료 투자중단과 CETP 가입을 요구해주기를 촉구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석유가스 팀장은 "한국이 지금의 투자기조를 유지하는 한, 앞으로의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화석연료 투자를 제한하는 정책을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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