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기후위기 동시해결 가능해
들소 170마리를 야생으로 되돌려보내자 서식지 인근 생태계가 저절로 복원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200만대가 1년간 내뿜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는 '탄소흡수원'으로 거듭났다.
16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국제비영리환경단체 리와일딩유럽(Rewilding Europe)은 최근 미국 예일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오스왈드 슈미츠 교수 연구팀과 유럽들소떼의 긍정적인 환경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들소떼는 서식지 일대의 탄소흡수 능력을 10배가량 증진시켰다.
리와일딩유럽은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해 생태계의 자생력에 초점을 맞춰 생태복원을 시도하는 '재야생화'(리와일딩)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리와일딩유럽은 루마니아 남카르파티아 산맥에 200여년전 자취를 감춘 유럽들소 99마리를 풀어놨다. 이 들소떼는 남카르파티아 산맥 서쪽 가장자리 타르쿠산 인근 50㎢ 초원지대에 자리잡았다. 현재는 개체수가 170여마리로 늘었고, 활동반경이 30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동료심사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슈미츠 교수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들소떼를 활용한 '재야생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새로운 측정모델을 개발했다. 이 측정모델은 토양이 주변에서 자라나는 식생과 함께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얼마만큼 포집하는지 분석한다. 해당 모델을 통해 처음 들소떼를 풀어놓은 50㎢ 초원지대를 분석한 결과, 탄소흡수능력이 9.8배가량(오차범위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들소떼가 일대의 풀을 뜯어먹은 뒤 배변을 통해 영양분을 재분배하고, 이때 섭취한 식물의 씨앗들도 뿌려지면서 식생들이 다양하게 번성한 덕분이다. 또 들소떼가 이동할 때 발굽으로 두드린 토양이 빈틈없이 굳어지고, 식생이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리면서 토양내 이산화탄소가 새어나가지 않고 확실하게 포집되는 데 일조했다.
이렇게 들소떼가 '재야생화'하기 이전 해당 초원지대의 탄소흡수능력은 1㎢당 5544톤에 불과했다. 하지만 재야생화 이후 탄소흡수 능력은 1㎢당 5만4310톤으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총 236만톤의 탄소가 추가로 저감되는 것인데,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188만대가 1년간 내뿜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는 분석이다.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알렉산더 리스 부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자연기반해법'의 설득력 있는 하나의 사례"로 평가하며 "재야생화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물다양성과 기후위기를 해결할 대표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기반해법'은 이미 훼손된 자연을 생태계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복원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지난 2008년 세계은행(WB)이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자연적인 빗물순환관리, 도심 녹지공간 조성, 흙에 탄소를 가두는 탄소농업, 해양탄소흡수량을 늘리기 위한 갯벌 정비 사업, 산불위험을 최소화한 조림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슈미츠 교수연구팀은 이같은 '동물기반 탄소순환촉진'(AAC, Animating the Carbon Cycle) 방식을 활성화해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 정책으로도 도입할 수 있도록 유럽들소와 마찬가지로 생태계 복원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종들인 열대우림 코끼리, 사향소, 해달 등 '쐐기돌(keystone) 생물종' 9종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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