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도시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과 폭우에 동시에 시달리는 '기후 채찍질'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기후가 습했다가 순식간에 건조해지는 '기후반전' 현상을 겪는 곳도 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비정부기구(NGO) 워터에이드가 발간한 '물과 기후: 도시 인구에 대한 위험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대도시 112곳 가운데 95%가 극적으로 습하거나 건조한 기후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15%는 기후가 극단적으로 전환되는 '기후 채찍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터에이드는 1983년~2023년까지 40년간 전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100개 도시와 별도로 선정한 12개 등 112개 도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후 채찍질' 현상은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미국 등에서 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국 항저우와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국 댈러스, 로스앤젤레스, 태국 방콕, 이라크 바그다드, 케냐 나이로비 등 17개 도시가 극심한 폭우와 가뭄을 번갈아 겪는 '기후 채찍질'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도시로 꼽았다. 이 지역들은 날씨가 습했다가 갑자기 건조해지는 극단적 전환상황을 겪기 때문에 기상이변에 제때 대응하고 피해를 복구하기 어려워 인명과 재산상 피해를 많이 입을 수 있다고 짚었다.
올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휩쓸었던 대형산불도 '기후 채찍질'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전년도 겨울에 늘어난 강수량에 초목들이 폭풍성장했고, 이후 건조한 날씨로 전환되면서 무성해진 초목들은 불이 붙기 쉬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화마를 키웠다는 것이다.
'기후 채찍질' 현상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욱 증가하고 있다. 기온 상승은 건조한 시기에 더 빠르게 수분을 증발시켜 땅을 메마르게 만들어 가뭄을 초래하고, 습한 시기에는 증발한 수준이 대량의 비구름을 형성해 강력한 폭우를 쏟아붓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후가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바뀌는 '기후반전'을 겪는 도시들도 적지않다.
보고서는 이집트 카이로, 스페인 마드리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프랑스 파리,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24개 도시가 습한 곳은 건조하게, 건조한 곳은 습하게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건조했다가 습해진 도시에선 배수 관련 설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폭우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거나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고, 콜레라, 이질과 같은 수인성 질병 발생률이 늘기도 했다.
연구에 참여한 카테리나 미카엘라데스 영국 브리스톨대학 교수는 "도시에서 기후변화와 기후반전에 대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부유한 도시는 이전 기후에 적합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적응이 어렵고, 저소득층이 많은 도시는 극단적 기후에 대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를 막거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식량, 건강, 에너지 등이 벼랑 끝으로 몰린 '제로 데이'가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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