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격이다. 국내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데 이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해외 농산물까지 기후위기로 수확량이 큰폭으로 감소하면서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122.21)보다 0.2% 높은 122.46(2015년=100)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 작년 12월(0.1%), 올해 1월(0.5%), 2월(0.3%)에 이어 4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농수축산물은 1.3% 상승했다. 농산물(0.4%), 축산물(2.0%), 수산물(1.6%) 등이 일제히 올랐으며 배추(36%), 양파(18.9%), 돼지고기(11.9%), 김(19.8%) 등도 크게 상승했다. 사과는 전월대비 2.8%, 전년동월 대비 무려 135.8% 껑충 뛰었다. 생산은 줄었는데 수출이 늘어난 김의 경우도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국내 과일·채소 가격의 오름세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올해 가장 크게 뛰어올랐다. 지난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웃돌았다. 국내 과일류의 상승률은 1∼3월 월평균 36.9%로, 2위 대만(14.7%)의 거의 2.5배에 이르며 월등한 1위를 찍었다. 채소류 상승률도 한국(10.7%)이 이탈리아(9.3%) 영국(7.3%) 등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
국내 물가상승을 견인하는 사과, 배 등 농산물은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하며 가격안정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수입 농산물에 대해서는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커피와 카카오, 올리브유, 설탕은 주요 산지의 기후재난으로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 여파는 국내 식료품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은 극심한 가뭄으로 커피 수확량이 감소하고 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가뭄으로 커피 생산이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지역도 가뭄에 글로벌 카카오 공급이 11% 감소할 것으로 국제코코아기구(ICO)는 전망하고 있다.
올리브유 역시 기후변화로 재배량이 크게 줄고 있다. 올리브유 세계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은 2년 연속 가뭄을 겪고 있어, 올리브 생산량이 반토막이 나고 있다. 설탕 주요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도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이 급감하면서 전세계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등 이미 기온이 크게 치솟고 있는 저위도 국가들은 1년 내내 식량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커피와 코코아, 설탕 등의 재배지가 몰려있는 이 지역들 모두 가뭄 취약지구가 된 것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로 국제유가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료품에 이어 공산품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총선 때문에 꾹꾹 눌러왔던 가스요금과 전기요금도 하반기에 인상할지의 여부도 관심사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에너지 요금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다보니 택배비도 오르고 있고, 해외 농산물 가격이 오르다보니 식음료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카카오 가격상승으로 롯데웰푸드는 가나초콜릿과 빼빼로 등 17종 가격을 인상하려다 정부의 요청으로 인상시기를 5월 1일에서 6월 1일로 늦췄지만 하반기부터는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농산물 가격에 이어, 올 하반기부터 식음료, 에너지, 공산품에 택배 등 서비스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어서 하반기 국내 물가는 폭등이 예고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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