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베네수엘라가 '마지막 빙하'를 지키기 위해 '특수이불'까지 덮었다.
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생태사회주의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안데스 메리다주(州) 시에라네바다 국립공원 내 훔볼트 빙하(라 코로나)를 지키기 위해 특수이불을 덮었다고 밝혔다. 이 이불은 고분자 특수섬유로 제작된 지오텍스타일로 만든 덮개다.
이 덮개의 역할은 빙하가 태양광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덮개는 총 35조각으로 제작됐으며, 한 조각의 무게는 80㎏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환경 당국은 이 덮개들을 해발 4900m 정상까지 옮기는데 공군헬기 2대와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헤이손 구스만 메리다 주지사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빙하를 둘러싼 바위에 내리쬐는 태양광선을 줄여 빙하가 녹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마지막 빙하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애국적인 영웅팀에 속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빙하가 이미 줄어들고 있지만 베네수엘라는 산악지대 빙하가 모두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어서 조금 더 상황이 심각하다.
AF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지난 100년동안 약 10㎢의 빙하가 사라졌다. 베네수엘라 로스안데스대학(ULA) 연구팀은 과거 최대 4.5㎢에 달했던 훔볼트 빙하가 현재 0.02㎢(0.4%)로 쪼그라들었다고 분석했다. 이 빙하는 앞으로 2년~5년 내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는 마지막 훔볼트 빙하는 사실 빙하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과학자들은 빙하의 최소면적을 0.1㎢로 잡고 있는데 현재 훔볼트에 남아있는 빙하의 크기는 0.0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고문인 훌리오 세사르 센테노 교수는 "베네수엘라에는 이미 빙하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곳에 있는 건 얼음조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만든 특수덮개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간이 지나 덮개가 분해되면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유입돼 사람이나 동식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학자인 엔리케 라 마르카는 "희귀종 이끼나 벌새 등이 이 덮개로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일부 생명체들에게 산소공급을 방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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