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사용이 광범위해지면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종전의 넷제로 계획으로 데이터센터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해당업체들은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AI가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면서 "데이터센터 비용은 5년 내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라우드 컴퓨팅·데이터센터 관리업체인 사이러스넥서스(Cirrus Nexus)의 크리스 노블(Chris Noble) CEO는 "AI기반 컴퓨팅은 광범위하게 기후위험을 촉발시키고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세계 전력소비량에서 데이터센터와 데이터전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5%에 달한다. 이는 브라질의 연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과 맞먹는다. 여기에 AI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데이터센터와 전송의 소비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추산에 따르면, AI 모델은 한번 학습할 때마다 1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전력보다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 IEA는 "AI 성장은 청정에너지 생산능력을 훨씬 앞서고 있다"고 우려했다.
AI 구동으로 인한 에너지소비는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도 어렵고 탈탄소화도 쉽지않은 과제"라고 토로했다. 에너지 사용량이 북미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데이브 스털레이스(Dave Sterlace) 히타치 에너지(Hitachi Energy) 데이터센터 담당은 "북미 기업들이 AI 성장을 주도하면서 컴퓨팅 성능과 에너지 사용량이 북미에 집중되고 있다"며 "2년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추세"라고 말했다.
소위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로 불리는 구글, MS, 아마존 등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업체들은 일찌감치 넷제로를 선언하면서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AI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I 구동과 학습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그동안 사용되던 중앙처리장치(CPU)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기존의 탈탄소화 전략은 '유통기한'을 다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태양열과 풍력발전소 등에 자금을 지원하고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탈탄소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AI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 방식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데이터센터의 작동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데이터 업체들이 시도하는 '로드 쉬프팅'(load shifting) 전략'이 대표적이다. 로드 쉬프팅 전략은 청정에너지 발전이 충분한 지역의 데이터센터 가동률을 높이고, 청정에너지가 부족한 지역의 데이터센터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은 이미 일부 데이터센터 전력을 청정에너지 발전량에 맞춰 가동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방식은 '데이터 주권 정책'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데이터 주권 정책은 특정국가의 데이터가 국경을 넘는 것을 제한시키는 것으로, 많은 국가들이 도입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들은 '로드 쉬프팅'을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다. 사이러스넥서스는 "전세계 전력망을 샅샅이 뒤져 5분단위로 배출량을 측정해 가장 오염이 적은 컴퓨팅 자원을 찾는다"며 "실제로 네덜란드와 캘리포니아의 태양열 발전을 활용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가장 햇볕이 잘 들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 비용이 저렴하고 탄소배출도 적다. 네덜란드에 일몰이 오면 해가 중천에 뜬 캘리포니아 태양광발전소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블룸버그 그린(Bloomberg Green)에 따르면 이같은 '태양 추적' 방식은 데이터 처리를 어느 한곳의 서버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4%까지 줄일 수 있다. 블룸버그 그린은 "이는 여분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폭염이나 겨울폭풍 등으로 인한 전력망 부하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면서 "그러나 데이터 수요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전기시스템이 혼란에 빠지고 정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전력망 사업자와 협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구글과 아마존도 지난 몇 년동안 데이터센터 사용전환을 시험운영했다. 구글은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가동시간의 약 64%를 청정에너지를 활용했다. 마이클 테렐(Michael Terrell) 구글 청정에너지 이사는 "지역 데이터센터 가운데 13곳이 청정에너지를 85% 활용하고, 전세계 7곳의 데이터센터가 청정에너지를 90% 넘게 활용한다"고 밝혔다. MS도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 전력의 90% 이상을 탄소중립 에너지로 충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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