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해 어려워 축적되거나 누출
스키에 바르는 윤활용 왁스에서 발암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이 묻어나와 주변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지질연구소인 제임스허튼연구소의 빅토리아 뮐러 연구원이 주도하는 연구팀은 최근 오스트리아 접경 알프스산맥 스키리조트 5곳의 인근 토양에서 PFAS 14종을 검출했다고 최근 밝혔다.
PFAS는 탄소와 불소로 구성된 인공물질이다. 물과 기름을 막는 특성이 있어 아웃도어 의류, 종이 빨대, 프라이팬의 방수코팅제, 식품 포장재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PFAS는 스키장에서도 많이 쓰인다. 스키와 스노우보드에 윤활제로 바르기 때문이다. 스키나 스노우보드 바닥면에 미세한 굴곡들은 마찰력을 키워 속도를 저하시키는데, 이를 왁스로 메우면 설온에 따라 6~18%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PFAS는 자연분해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린다.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갑상선 질환, 임신성 고혈압, 신장암, 정소암, 당뇨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규제가 추진되고 있다.
PFAS는 1만여종이 넘는다. 이에 연구팀은 스키장 왁스 성분에 주로 쓰이는 30종으로 좁혀 추적했다. 그 결과 스키리조트 인근 토양에서 14종이 검출됐다. 스키장 이용객들이 왁스를 사용하면 산을 오르내리며 발암물질을 펴바르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토양뿐 아니라 토양 위의 눈이 녹거나 증발하면서 지하수나 대기중으로 확산해 주변 생태계 전반으로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높아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세계적으로 PFAS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과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는 국제스키대회에서 왁스 사용을 금지했지만, 자발적으로 환경을 위해 나서는 소수의 리조트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국가별 제품에 대한 규제도 다르고, 규제가 있는 곳이라고 할지라도 규제 이전에 생산된 제품들도 게속해서 유통되는 실정이다.
뮐러 연구원은 "PFAS는 분해되는데 수백년이 걸린다"며 "결국 PFAS는 자연환경에 그대로 축적되거나 더 넓게 퍼지기 때문에 우려를 더하고 있는 것"이라며 품목별 제한이 아닌 PFAS 물질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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