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농업용 살충제에서 분해되지 않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검출됐다.
최근 비영리단체 생물다양성센터(CBD)와 환경보호공무원(PEER)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용되는 인트레피드2F와 오베론2SC, 말라티온5EC 등 7종의 농업용 살충제 가운데 3종에서 PFAS가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센터는 이같은 검사결과 보고서를 미 환경보호청(EPA)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살충제규제국에 제출하면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해당 제품을 금지할 것"을 요청했다.
'인트레피드2F'는 라운드업에 이어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살충제다. 이 살충제는 2021년 한해에만 170만 파운드가 130만 에이커에 뿌려졌다. 센트럴밸리 지역에서는 아몬드와 포도, 복숭아 및 피스타치오 등의 작물에 이 살충제를 주로 살포했다.
게다가 이 살충제로 인해 화학물질이 침출되면서 물까지 오염시킬까 우려되고 있다. 연구진은 말라티온5EC에서 발견된 PFOA(PFAS의 일종) 수치가 EPA의 식수 안전기준보다 10만배 이상 높다고 지적했다.
PFAS는 물과 얼룩, 열에 견디도록 만드는 데 쓰이는 약 1만5000종의 화학물질로 암, 갑상선질환, 신장기능장애, 자가면역질환 등 심각한 건강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데다 자연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는 농작물이 PFAS를 흡수하고 이를 사람이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019년부터 과일과 채소 등 식품 내 PFAS 모니터링을 시작했지만 정작 살충제에 쓰는 PFAS 제한 사용량은 설정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수백만 에이커의 농경지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EPA 측에 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규제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EPA 대변인은 "이미 CBD와 PEER가 언급한 특정 살충제 중 일부를 분석했으며 몇 주 내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변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조치를 취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구 공동저자인 카일라 베넷(Kyla Bennett) PEER 과학정책담당은 EPA가 조사기간 동안 살충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다며 "EPA에서 PFAS의 안전수준이 없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그런 PFAS가 식품에 쓰인다는 사실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PFAS에 살충제가 첨가된 이유는 불분명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화학물질이 분산제로 사용된다고 추정했지만 인트레피드2F 제조사인 코르테바 아그리사이언스(Corteva-Agriscience)는 성명을 통해 "PFAS를 제품에 의도적으로 첨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PFAS는 비식품 농산물에서 검출됐으며 일부 벼룩·진드기살충제 제품에서도 발견된 바 있었다. 2021년초 EPA 측은 자체 검사를 실시한 후 살충제의 PFAS는 플라스틱 용기에서 침출된 것이며, 그마저도 모기약에 사용되는 살충제에 한한다고 결론지었다.
EPA는 업계에 PFAS가 침출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기업들이 제품에 PFAS를 첨가할 경우 이를 경고할 것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 말 주로 면화에 사용되는 살충제에서 PFAS가 발견되는 등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난 12월 EPA는 일부 유형의 PFAS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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