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엎친데 덮친격'...공정위, 확률조작 혐의로 넥슨에 116억 과징금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1-03 18: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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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조작 등 소비자 기만행위로 116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넥슨(사진=연합뉴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담은 개정된 '게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다음날 공정위가 넥슨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혐의에 대해 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1년 게임업계를 뒤흔들었던 '메이플스토리 보보보' 사건이 3년 만에 제재받은 것인데, 이를 두고 게임법 시행에 앞서 미뤄왔던 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관련 혐의들을 잇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넥슨코리아에 확률형 아이템 판매 관련 거짓·기만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로는 역대 최대 과징금으로 이용자 기만 기간이 10여년에 달하고 관련 매출액이 크다는 점이 반영됐다. 앞서 관련 법 위반으로 부과된 최대 과징금이 카카오의 18억50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6배에 달한다.

이번 공정위 제재는 지난 2021년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보보보' 사건을 계기로 조사한 결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조작 및 기만행위 등 혐의가 인정된데 따른 것이다. 보보보 사건은 넥슨의 인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가 2010년 5월 도입한 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확률 구조를 별다른 안내없이 이용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한 사건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큐브'는 출시 직후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30%에 달하는 최대 수익 아이템으로 자리잡았고, 이에 넥슨은 같은 해 9월 이용자가 선호하는 인기 옵션이 나올 확률을 줄이는 식으로 확률 구조를 변경했다. 이후 2011년 8월부터는 선호도가 가장 높은 능력이 중복되는 보보보(보스 추가데미지X3), 방방방(방어율 무시X3)과 같은 특정옵션이 나올 수 없도록 바꿨다. 그러면서 "변경사항이 없으며, (확률은) 기존과 동일하게 설정된다"라고 공지했고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나오지도 않을 최상위 옵션을 위해 과도한 금액을 소비했다. 한 이용자는 큐브 구매로만 1년간 2억8000만원을 쓰기도 했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최소한 0%는 아니라는 게 이용자의 합리적인 기대"라며 "원하는 옵션이 나올 때까지 반복구매하는 상품이다보니 확률 조정이 과잉 지출을 유발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에서 벌어진 소비자 기만행위 시간순 정리(그래픽=연합뉴스)

또 넥슨은 2013년 7월 메이플스토리에 출시한 '블랙큐브'의 최상위 등급 확률을 별다른 안내없이 조금씩 하향 조정했다. 출시 당시에는 최상위 옵션이 나올 확률이 1.8%였는데 같은해 12월까지 매일 조금씩 낮춰 1.4%까지 확률을 낮췄고 2016년부터는 확률을 1%로 조정했다. 심지어 보보보 사건으로 이용자 반발이 심해지자 선심쓰듯 2022년 6월 블랙큐브 최상위 옵션 등장 확률을 1%에서 1.2%로 완화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조사 과정에서 넥슨 캐주얼 슈팅게임 '버블파이터'에서도 확률 아이템을 이용한 소비자 기만이 드러났다. '매직바늘'이라는 아이템은 사용시 확률에 따라 이용자들이 원하는 '황금 카드'가 나오는 구조인데 5개를 사용하기 전까진 이 카드의 출현 확률이 0%로 설정됐다. 이 내용 역시 별도로 공지되지 않다가 향후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오류수정"이라고 공지하며 수정됐다.

넥슨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이는 2016년 이전의 일로 현재 서비스와는 무관하다"며 "2010~2016년은 전세계적으로 게임 확률 공개가 의무화되지 않았던 시기"라고 해명했다. 이어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자발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넥슨 게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넥슨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3년 전에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평생 속을뻔 했다", "솔직히 정말 확률을 몰래 건드렸을까 싶었는데 배신감이 너무 크다", "수천억원은 벌었을텐데 과징금은 고작 100억원이라는 게 우습다" 등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게임업계에서는 오는 3월 22일부터 시행되는 게임산업법 개정을 앞두고 공정위 측에서 관련 혐의들을 집중적으로 제재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게임산업법이 개정되면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의 키가 문화체육관광부로 넘어가기전에 미리 처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제재 건은 게임산업법 개정과 전혀 무관하며 시기가 겹친 것은 우연"이라고 딱 잘라말하며 "게임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등으로, 같은 이유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면 전자상거래법 상에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게임법 개정 시행 이후로도 게임사가 공개한 정보가 거짓으로 의심돼 문체부가 추가 검증 등 조사를 의뢰할 경우 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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