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불 규모...세계은행이 자금관리 담당
전세계 각국이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 및 피해기금'을 마련하는데 동의했다.
'손실 및 피해기금'이란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저개발국의 취약계층을 위해 부유국들이 지원하는 기후적응 자금이다. 이번 합의 내용은 오는 11일~12일(현지시간)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 전환위원회에서 논의된 후 이달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최될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정식 채택될 예정이다.
'손실 및 피해기금'은 그동안 국제기후회담에서 '뜨거운 감자' 였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가난한 국가들이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지만 다람쥐 챗바퀴 돌듯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지난해 11월 열린 COP27에서도 각국은 '손실 및 피해기금' 마련에 합의했지만, 이후 열린 과도위원회에서 기금 관리기관 선정, 분담금 배분 및 수혜국 선발 문제 등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손실 및 피해기금' 논의에 참여한 국가들은 아부다비에서 열린 COP28 사전회의에서 이틀간의 토론 끝에 해당 문제에 관해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도상국들은 자금을 세계은행이 관리하는 것에, 부유국들은 자국이 주요 기부국이 되는 것에 난색을 표하며 합의까지 난항이 있었지만 극적으로 타결했다는 후문이다.
합의된 내용은 우선 '손실 및 피해기금' 관리는 세계은행(World Bank)이 맡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부유국을 중심으로 상위권 개발도상국이 주 자금원이 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자금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후전문가들은 수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바베이도스 기후특사 겸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전환위원 아비나쉬 페르소드(Avinash Persaud)는 "이것은 도전적이지만 중요한 결과"라며 "우리는 처음으로 기상이변 대응자금뿐만 아니라 장기적 기후변화 대비를 위한 국제기금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합의는 중요한 진전이며 다른 기후행동에도 긍정적 변화의 동기기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기후운동가들은 "취약한 국가에서 필요한 자금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효성 있는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연간 수조 달러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 International)의 하짓 싱(Harjeet Singh) 기후정치 담당자는 "부유국들이 취약한 지역사회에 등을 돌리는 것은 기후정의에 있어 암울한 일"이라며 "이번 기금으로는 취약한 지역사회가 기후 영향에 대처하고 삶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같은 비판에 미 국무부 관계자는 "어떤 정부들도 취약한 국가가 필요한 자금을 충족시킬만큼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번 협상을 통해 '손실 및 피해기금'이 탄소시장, 공공보조금 및 민간 양허성 대출 등 기존의 기후자금을 보완하는 자금마련에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COP28 의장인 알 자베르(Al Jaber)는 "손실 및 피해기금과 기금 마련을 운영하라는 이 명확하고 강력한 메시지는 COP28이 나아갈 길이 되어준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에 취약한 수십억 명의 사람들과 생명, 생계가 COP28에서 이 권고안을 채택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석유 생산국들은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기준에 따라 이번 손실 및 피해기금 분담에서는 면제 대상으로 선정됐다. 다만 UAE 정치권 관계자는 외신 인터뷰에서 "내부에서 자발적 분담금 납부에 대한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COP28 회담에서 손실 및 피해기금 확대에 관한 논의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COP28의 한 관계자는 "어떤 국가나 기후단체가 지원 규모 확대를 시도한다면 협상을 빨리 마무리짓기 원하는 다른 국가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 이번 COP28에서는 화석연료 퇴출이 제일 중요한 이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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