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제 없이 촬영한 일반 CT 영상으로 위암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가 개발됐다. 내시경 검사나 조영 CT 없이도 실제 환자 데이터에서 높은 정확도로 암을 판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저장성암병원 연구진은 비조영 CT 영상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위암 판별 모델 '그레이프(GRAPE, Gastric Cancer Risk Assessment Procedure with AI)'를 개발해, 7만8000여명의 환자 CT 데이터를 통해 성능을 검증했다고 24일 밝혔다.
'그레이프'는 먼저 비조영 CT에서 위장 영역을 자동으로 분리한 뒤, 위암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분류해 고위험군을 선별한다. 위암 환자 3470명과 비위암 환자 3250명을 학습했다. 여기서 그레이프의 정확도는 97%로 나왔다. 다른 병원의 데이터 1만8160건에 대한 테스트에서도 정확도가 92.7%를 기록했다.
진짜 환자를 놓치지 않는 비율인 민감도는 최대 85.1%, 정상인을 잘 걸러내는 비율인 특이도는 96.8%에 달했다. 특히 위암 1기에서 초기 2기 단계 조기진단에도 성공률이 높았고, 위암 위치에 관계없이 고르게 탐지율을 보였다.
그레이프는 13명의 영상의학 전문의들의 진단과 비교했을 때도 정확도 면적이 92%로 의사보다 높았고, 민감도는 의사들보다 평균 21.8%포인트, 특이도는 14.0%포인트 앞섰다.
실제 병원 데이터를 활용한 실험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저장성 지역병원 2곳에서 2018~2024년 촬영된 일반 CT 영상 4만여건을 그레이프로 분석한 결과, 위암 진단율은 각각 24.5%와 17.7%에 달했다. 조기 위암 비중도 23~26%로 높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그레이프가 '무증상' 환자의 위암도 다수 찾아냈다는 점이다. 실제 확진 환자의 38~40%가 복통, 체중 감소 등 자각 증상이 없던 상태였다. 내시경을 받지 않았을 경우 진단이 수개월 이상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종양이 진단되기 6개월전 찍은 CT 영상에서도 그레이프가 위암을 고위험으로 분류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기존 영상 기록에 명확한 위암 소견은 없었지만, 그레이프는 국소 위벽 비후나 미세 림프절 변화 등을 기반으로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그레이프는 기존 선별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고위험군을 혈액검사 등으로 선별한 뒤 내시경을 진행하는 방식의 실제 위암 발견률은 1.2~1.25%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레이프는 고위험군의 17~24%에서 실제 위암을 진단했다.
연구를 이끈 청샹둥 저장성암병원 교수는 "그레이프는 위암 스크리닝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라며 "비조영 CT는 검진응급타암 추적검사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기에, 기회를 놓친 환자들을 다시 포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현재 중국 전역의 위암 국가검진 프로그램에 도입하기 위한 후속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조기 위암에 대한 민감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그레이프를 개선하고 있으며, 위암 외 다른 위장관 종양에도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에 6월 24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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