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한 70명의 전직 정상들과 경제학자들이 "산유국들에게 250억달러(약 32조2125억원)의 기후 부담금을 부과해 이를 기후피해 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헬렌 클라크(Helen Clark) 전 뉴질랜드 총리 등 25명의 전직 정상을 포함한 국제인사들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250억달러의 부과금은 최근 몇 년동안 산유국들이 벌어들인 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 부과금을 통해 기후위기 영향으로 고통받는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서한은 알 자베르(Al Jaber) COP28 의장과 현재 G20의장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에게 발송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연간 1조5000억달러였던 석유 수입이 2022년 4조달러로 급증했다. 서한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이는 전세계 원조 예산의 20배, 모든 다자개발은행 예산을 합친 것의 30배 이상"이라며 "2009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지원금인 연간 1000억달러의 40배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불과 1년만에 산유국들과 기타 민간기업들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2조5000억달러의 횡재를 얻었다"고 꼬집었다.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COP28이 성공하려면 기후금융이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파리협정 약속이 깨진 후 신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을 포함해 산유국들이 내는 250억달러 규모의 석유 및 가스 부담금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 및 기후적응을 위한 재원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그러나 기후기금 조성에 필요한 연간 1조달러를 마련하려면 모든 주요 배출국들이 보조금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세계 각국이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 및 피해기금'을 마련하는데 동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자금마련 방안을 수립하지 않았다. 이번 기금에는 수천억달러가 필요한데 선진·부유국 중 먼저 선뜻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국가가 없는 탓이다. 이에 개발도상국들은 "국가 기부금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해양 운송세, 석유세 등 다양한 재원마련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서명자들은 서한을 통해 "화석연료 생산국에 대한 부담금은 석유 및 가스 수입의 약 3%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일부 민간 화석연료 기업은 이미 횡재세를 납부했지만 민간기업은 이는 전체 수익에 1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까지 가장 큰 수혜자는 전년보다 3810억달러 증가한 9730억달러의 수익을 거둔 주요 산유국들"이라며 "UAE의 경우 수입이 630억달러에서 980억달러로 증가했고 카타르는 530억달러에서 860억달러로, 쿠웨이트는 630억달러에서 880억달러로 늘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수익도 각각 1740억달러와 3110억달러에 달했다.
서명자들은 "이 수익에 비하면 250억달러도 사실 수익의 1%에 불과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 부과금으로도 우리는 기후위약 국가에 대한 투자 마중물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COP28는 오는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198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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