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5개 면적 복원했다더니...잘피 5만2000주 증발 '헛수고'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0-18 10: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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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자료와 달라...공단 실적 부풀리기"
해초지·염습지 1년새 흔적 없이 사라져
▲잘피 서식지 (사진=한국수산자원공단)

바다에 해초지와 염습지를 복원한지 1년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정도로 국립공원공단의 사후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의원(정의당)이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2023년 국립공원 내 해양탄소흡수원 조성 현황'과 '도서‧연안 훼손지 복원 모니터링 야장'을 확인한 결과, 공단의 홍보와 달리 이식 대상지에서 염생 식물과 잘피 군락지가 감소하고 있었다. 태풍이나 파랑, 적조 발생으로 이식된 해양탄소흡수원인 잘피(거머리말)가 아예 사라지거나 절반도 살아남지 못한 곳도 여럿 있었다.

앞서 공단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해양탄소흡수원인 잘피를 바닷속에 이식하거나 염습지에 염생식물을 심는 '해양탄소흡수원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염습지 복원은 2016년부터, 해초지 복원은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공단은 송형근 기관장이 취임하면서 '탄소흡수원 확대'를 전면 부각하면서 "축구장 25개 면적에 달하는 해초지와 염습지를 복원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올 5월에는 "축구장 32배 넓이의 해초지와 염습지를 추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연간 316톤의 온실가스가 흡수되고, 해양의 생물다양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아울러 '2016년∼2023년 국립공원 내 해양탄소흡수원 조성 현황'에는 대부분의 활착률(옮겨 심은 식물이 제대로 산 비율)이 100%로 기재돼 있다.

공단은 2017년~2023년 다도해 및 한려해상, 태안해안 등 해상국립공원 31곳에 10억여원을 들여 총 53만840주의 잘피를 이식했다. 총 복원 면적은 17만7329㎡에 달한다. 전체 복원지 31곳 중 21곳에서 이식 잘피 활착률이 100%로 나타났고, 70~98% 4곳, 50% 2곳, 0%는 3곳이었다. 모니터링 예정인 1곳(다도해 당락리항)을 제외하면 대체로 활착률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1~2년 뒤 현장을 모니터링한 '야장'(현장에서 기록하는 수첩)을 확인해 봤더니, 이식된 잘피가 잘 자라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는 점이다. 모니터링 자체가 잠수사의 육안과 수중 촬영으로 대신하고 있는 데다, 원래 자연 서식하던 잘피 군락지에 추가로 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질 탁도가 심해 모니터링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실제 2019년 잘피 1만주를 심은 태안해안국립공원 몽산포항에 대한 2022년 모니터링 야장에는 "탁도가 심해 수중 드론으로 모니터링 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정확한 모니터링에 어려움이 있음"이라고 쓰여져 있다. 2023년 9월 1일 진행된 다도해상국립공원 소안항 모니터링 야장에도 "시야가 흐리고 저질의 특성으로 수중모니터링이 어려워 이식 개체의 활착률 산정이 어렵다"고 돼 있다.

같은 날 모니터링이 진행된 다도해상국립공원 △월항항 △개머리항 △묘두항도 "기존 서식하던 거머리말(잘피) 군락지에 추가 복원해 서식 개체 확인가능하나 이식 개체의 활착률 산정은 어렵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심지어 개머리항과 묘두항은 기존 잘피 군락지가 감소하고 있었다. 모니터링 결과 "저수심인 항 내에 선박 통항(개머리항)", "주변 양식장 및 선박 통항(묘두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식에 적합하지 않은 곳에 잘피를 심었다가 실패한 경우도 3곳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향촌항과 와현항, 다도해국립공원 마리항엔 총 5만2000주의 잘피가 이식됐지만 단 한 주도 살아남지 못했다.

공단은 2018년 향촌항 일대에 잘피 2000주를 심었지만 1년 뒤 모니터링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모니터링 결과 수심이 급격히 깊어져 잘피 복원 적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2019년 와현항과 마리항에 각각 3만주, 2만주씩 이식된 잘피는 2021년과 2022년 모니터링에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19년 한려‧태안‧다도해 일대 전체 이식 개체수 8만주 가운데 5만주가 없어져 버린 것으로, 적합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던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염습지에 복원한 염생식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6년부터 해상국립공원 12개소 1만7580㎡에 갯잔디, 갈대, 해홍나물 등을 심은 염습지 복원 사업도 특별한 성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염습지 복원 사업은 해초지와 달리 4년간(2016~2019년)은 비예산 사업으로 모니터링조차 되지 않았다.

2021년 처음으로 예산 2150만원을 들여 태안해안국립공원 바람아래 해변 5000㎡에 복원한 갯잔디는 1년 뒤 30% 활착률을 보였고, 같은 해 한려해상국립공원 월차갯벌 1750㎡ 구간에 심은 갯잔디, 해홍나물은 1년 뒤 9% 활착률에 그쳤다. 같은해 350㎡ 면적에 갯잔디, 갈대, 해홍나물을 복원한 한려해상국립공원 갈화리갯벌은 2022년 모니터링 결과 "해당 지역 해홍나물, 갯잔디, 갈대의 총 면적이 767㎡로 조사되었으나 기존 군락 포함 수치로 정확한 비교 및 활착률 산정 어려움"이라고 돼 있지만, 문서상 활착률은 100%로 돼 있었다.

2022년 한려해상 염개갯벌에 2194만원으로 2000㎡ 면적에 심은 갯잔디 활착률은 30%, 칠면초, 갯질경은 75% 활착률을 보였다. 다도해해상 남동리갯벌은 2021년과 2022년에 복원한 갯잔디 활착률이 모니터링 야장에는 각각 50%, 40%라고 써있지만, 의원실 제출 문서에는 활착률 100%로 보고됐다.

▲실제 현장을 모니터링한 야장과 국립공원공단이 의원실에 제출한 문서 간 염습지 활착률 차이 (자료=이은주 의원실)

이은주 의원은 "잘피는 광합성을 위한 충분한 양의 빛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해안선을 따라 군락을 이루며 사는데, 방파제나 양식장 등 연안개발로 인한 인공구조물이 많아지고 있는 환경은 그대로 두고서는 잘피가 제대로 생장하기 쉽지 않다"며 "국립공원공단은 축구장 몇 개 면적의 해양탄소흡수원을 복원했다고 홍보하고 성과 먼저 부풀리기 전에 적합지 선정부터 이식 이후 활착관리까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해양생태계 전반을 먼저 회복시켜 주는 환경개선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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