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늦을수록 비싸...탄소포집에만 1.3조달러
'1.5℃ 목표'가 승산이 있으려면 7년 내 전세계 화석연료 수요를 25% 줄여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년전 자료를 갱신한 '넷제로 로드맵'을 공개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금세기말 1.5℃ 이하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수요를 4분의 1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화석연료 수요를 4분의 1 감축하려면 일일 석유 생산량은 2022년 1억배럴에서 2030년 7700만배럴로, 천연가스 수요의 경우 같은 기간 4조1500억㎥에서 3조4000억㎥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IEA는 최종적으로 2050년에 이르러 석유 수요는 일일 2400만배럴, 천연가스는 9000억㎥ 수준까지 감축해 나머지 온실가스는 탄소포집을 통해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지난 2021년 보고서에서 IEA는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규 화석연료 탐사사업이 더는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12일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산업이 2030년 내 정점을 찍고 영구적인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역사적인 변곡점에 서 있다"며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시한부 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지난 1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OPEC은 성명을 통해 "지난 30년간 화석연료는 전세계 에너지 믹스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에너지 안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IEA의 근거없는 탈화석연료 담론으로 국제 에너지 체계는 극적으로 붕괴해 에너지 혼돈으로 이어져 세계경제와 수십억명의 사람들을 전례없는 규모로 도탄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IEA는 이번 '넷제로 로드맵'을 통해 국제적인 에너지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공고히 했다. 넷제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고, 되레 화석연료 수요가 높게 유지될수록 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추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대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탈화석연료 없이는 '질서있는 전환'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넷제로 전환이 늦어질수록 비용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8℃까지 증가하는 '지연조처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이후 연간 탄소포집 비용은 3배가량 늘어나 1조3000억달러(약 1755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는 2022년 전체 화석연료 투자액보다도 50% 많은 수치다.
IEA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송배전망 설치를 꼽았다. '넷제로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 3630기가와트(GW) 수준의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2030년까지 3배 늘리고, 2050년에는 8배 늘려야 하는데, 2030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송배전망의 길이는 200만km에 달한다. 이를 위해 IEA는 각국이 연간 청정에너지 투자를 현재 1조8000억달러 수준에서 2030년까지 4조5000억달러로 늘릴 것을 촉구했다.
이밖에도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최대 84배가량 높은 메탄 감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2022년 기준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 순수익의 2%인 750억달러만 투자해도 전체 시설을 보완해 유정이나 가스정에서 새어나오는 메탄 누출을 방지할 수 있어 메탄배출량의 75%를 감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좋은 소식은 우리가 (넷제로 달성을 위해) 뭘 해야만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1.5℃ 목표'의 불씨를 살려나가기 위해 국제 공조가 빠르게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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