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수요 늘리려면 인센티브 부여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석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산 태양광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 상태에서 무작정 재생에너지 전환속도를 높이면 중국산 제품만 이득을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9년 68%에 달했던 국산 태양광 모듈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1.6%까지 떨어졌고, 국산 셀은 같은기간 50.3%에서 4.9%로 추락했다. 전력을 변환해주는 인버터 역시 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현재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태양광의 핵심부품 대부분은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장비제조사들은 중국산을 수입해 조립하거나 택(tag)갈이만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현재 중국산 태양광 모듈은 국산보다 40% 저렴하면서 효율은 20% 이상"이라며 "이전에는 국산이 기술력이 우수했지만 지금은 기술력에서도 밀리는 형편"이라고 했다.
실제로 태양광 모듈 수입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9만4980톤이던 태양광 모듈 수입량은 2024년 15만1021톤, 2025년에는 22만4719톤으로 늘었다. 수입되는 모듈의 90%가 중국산이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2024년 국내 설치된 풍력터빈의 국산 비중은 47.5%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대부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그나마 현재 설치된 풍력발전 규모가 2기가와트(GW) 정도에 불과해서 아직은 국산을 쓰자는 기조가 지켜지고 있다"며 "그러나 설치 규모를 빠르게 늘리려면 저렴한 중국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증하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를 대대적으로 높여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약 100GW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한국에너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태양광 설비는 32GW, 풍력은 2GW 정도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앞으로 4년간 60GW 이상 늘려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무작정 재생에너지 전환속도를 높이면 결국 중국산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안병준 한국태양광공사협회장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앞서 국산 태양광 제품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부터 마련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중국산에 밀려 국산의 설자리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때 국산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공공기관 태양광 패널 설치사업을 지원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은 시공업체들이 국산 제품으로 입찰하도록 제한하는 한편 '탄소검증제' 실시하고 있다. 탄소검증제는 한국에너지공단이 탄소배출량에 따라 제품에 1~4등급을 매기는 제도다. 탄소검증제를 실시하면 수입산에 비해 국산이 운송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적기 때문에 높은 등급을 받는데 더 유리하다.
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공기관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도입할 때 자금을 지원해주는 1100억원 규모의 '공공기관 K-RE100 펀드'도 조만간 조성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100% 국산 제품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때 필요자금을 조달해주는 자금줄 역할이다.
재생에너지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도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태양전지·수소·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기후·환경 연구개발에 151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함께 차세대 태양전지, 풍력 등 국산 재생에너지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787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는 국산품 사용장려가 공공부문에 국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가격을 이유로 민간부문에서 국산품이 외면받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결국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제조업이 배제될 것이란 우려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산품 사용이 확실한 '이득'으로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례로 국산품 이용 사업자를 우대하거나 국산품 이용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거론했다. 태양광 시공업체 대표 김모씨는 "태양광 사업을 허가받을 때 국산 패널 비율에 따른 가산점 부여 등의 방식으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양광 모듈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백모씨는 "국산 부품이 사용된 패널 제조사와 구매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국산 사용을 장려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재생에너지단체총연합회(한재연) 정우식 사무총장은 "지금은 가격과 기술력 모두 중국산에 밀리고 있지만, 국산 수요가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면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고 기술력 향상을 위한 투자도 이뤄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지난 정부에서 태양광 산업이 위축되면서 국내 생산능력이 저하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 캐파는 연 10GW 수준"이라며 "재생에너지 산업이 위축되면서 제조시설 가동률이 떨어져서 그렇지 실제 생산캐파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수요가 늘어난다면 100% 국산화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