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핵심 재무리스크"…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논의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1 17: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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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기후 스튜어드십 강화 방안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 ©newstree

금융위원회가 상반기 중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후관련 원칙과 지침이 사실상 빠져있다는 지적이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환경 의제에 그치지 않고 연금 자산의 장기 수익률과 금융시장 안정성에 직결되는 핵심 재무리스크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과정에서 기후요소를 본격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과 국민연금 기후 스튜어드십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장연주 기후솔루션 투자정책팀장은 "주요 15개국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후·ESG 지침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이탈리아뿐"이라며 "한국은 관련 분석 영역 전반에서 기후 조항이 부재한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장 팀장은 영국과 일본, 호주 등 주요국이 이미 기후 대응을 수탁자 책임의 필수요소로 명시하고 투자전략과 리스크 관리, 주주관여, 의결권 행사 전반에 통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공적연금 GPIF 사례를 언급하며 코드 개정 이후 기후 관련 주주관여가 크게 늘었고, 관여 대상 기업의 기업가치와 탄소집약도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국민연금의 기후 대응이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후변화 위험관리를 사유로 한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대상 기업 수가 2024년 29개에서 2025년 3분기 13개로 급감했다"며 "책임투자가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기보다 소극적인 점수 매기기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공개 대화 중심의 한계를 넘기 위해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 도입과 함께 관여 활동 주기를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은 또 "기후위험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해 기금 자산에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수탁자 의무 해태"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조대현 AIGCC 한국팀장은 기후 리스크를 이미 실존하는 재무 위험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조기 대응이 개별 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시장 안정에 유리하다고 밝혔다"며 "가용한 기후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수탁자 책임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인 점검과 평가가 없다면 스튜어드십 코드는 선언적 원칙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이행 점검 체계 강화도 주문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ESG 연구위원은 국내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가 여전히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중심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환경·ESG를 주제로 한 공개서한이 일부 있었지만, 상당수는 정보공개 요구나 답변 요청 수준에 그쳤다"며 "위탁운용사 평가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 서명 여부 중심의 형식적 평가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 이행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평가에서 스튜어드십 관련 항목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활동 실적과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리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기후 스튜어드십을 실효적으로 강화하려면 기금운용지침과 책임투자 철학을 보다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탁운용 비중이 커질수록 운용사에 전달할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원칙과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며, 기후를 위험관리 수단으로 어떻게 위치시킬지에 대한 내부 기준 정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지연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사무관은 국민연금이 현재 ESG 평가 기반의 책임투자와 주주권 행사라는 두 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연금의 시장 영향력이 큰 만큼 공개 수준과 활동 강도는 신중히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관은 "기후변화가 자산가치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통해 환경 요소가 강화되면 국민연금도 관련 지침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후 리스크가 '증명'된 뒤 대응에 나서는 것은 이미 늦다는 문제의식도 공유됐다. 참석자들은 기후위기를 금융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위험으로 보고,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선언적 원칙을 넘어 기업의 실질적 전환과 탄소 감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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