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대기업 쉘(Shell)의 와엘 사완(Wael Sawan) CEO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6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완 사장은 "화석 연료 생산을 줄이는 것은 에너지 공급을 제한하고 연료비를 인상해 생활비 위기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가스 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가난한 국가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례를 봤듯이 석유와 가스 생산을 줄여 생활고를 악화시키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많은 환경단체와 기후과학자들이 즉각 비판에 나섰다.
비영리 환경기구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기후책임자 제이미 피터스(Jamie Peters)는 "쉘이 석유 생산 감소를 위험하다 말하는 것은 정말로 아이러니 하다"며 "쉘과 같은 기업은 기후위기와 치솟는 에너지 비용을 모두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석유 대기업은 지구를 파괴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에너지 위기의 근본 원인인 불안정한 화석연료 시장에 우리를 계속 묶어두고 있다"고 직격을 날렸다.
피터스는 또 "쉘은 지금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지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은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우리 모두가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누려야 하는 때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쉘의 수익은 40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 190억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쉘은 "2030년까지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막대한 수익 이후 쉘은 화석연료를 우선시하고 주주배당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영 방침이 바뀌고 있다"며 "더불어 수익성 높은 화석연료를 계속 생산하기 위해 기후 목표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쉘을 포함한 런던증권거래소 시가총액 100대 기업(FTSE 100)에 포함된 석유회사들은 일제히 "향후 10년간 매년 석유 추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국제자원개발 감시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의 앨리스 해리슨(Alice Harrison) 켐페인 리더는 "400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쉘이 겪은 유일한 '위험'은 바로 생산량 감소일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쉘의 사장은 돈에 눈이 멀어 틀린 선택을 하고 있다"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끝내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지구와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됨에도 불구하고 쉘은 사람과 지구보다 이윤을 우선시 함을 천명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사완 사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지난해 세계 가스 시장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개도국들이 가스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며 "생산량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단체들이 개도국에서 천연가스를 뺏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촛불을 켜고 일하고 공부해야 했다"며 "에너지 전환은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같은 주장 지속적인 화석연료 생산이 지구온도를 극한으로 올려 개도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인명 피해를 유발한다는 기존의 과학적 사실과 배치된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최근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 미만으로 제한하고자 한다면 새로운 화석 연료 생산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국제 기후연구기관 기후분석(Climate Analytics) 클레어 파이슨(Claire Fyson) 기후정책 공동책임자는 "재생에너지가 더 깨끗하고 저렴하며 공중보건에 더 좋다"며 "화석연료와 촛불 중 하나를 택하라는 말은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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