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남발하다 기후소송 증거자료로 쓰여
'넷제로' 공약을 내건 기업이 2년반 사이 2배 늘었지만, 신뢰할만한 계획이 뒷받침된 경우는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에너지기후정보분석원(ECIU), 뉴클라이밋 연구소, 옥스포드 넷제로, 데이터드리븐 인바이로랩 등 4개 독립연구기관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넷제로 이행점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포브스 글로벌 2000대 기업 가운데 '2050 넷제로' 선언을 한 기업은 총 929곳이다. 지난 2020년 12월 기준 417곳에서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주도 캠페인 '레이스투제로'(Race to Zero)가 제시하는 넷제로의 최소요건에 부합하는 기업은 4%에 그쳤다. 최소요건은 기업의 넷제로 계획이 6대 온실가스를 모두 포괄하는지, 탄소상쇄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지, 투자정책을 확실히 밝히고 과학에 기반해 2030년 중간목표치를 밝히고 있는지, 친환경 정책에 반하는 로비 정황은 없는지 등을 포함한다.
직접 배출량 외에 전체 공급망과 제품의 전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평가하는 스코프3(Scope 3)를 명시한 기업은 전체의 40% 미만이었다. 또 탄소배출권 구매 계획에서 실제 저감에 도움이 되는 감축사업을 통해 발급된 탄소배출권인지 품질기준을 제시한 곳은 13%에 불과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화석연료 기업 가운데 넷제로 선언을 한 곳은 75곳이었다. 화석연료가 전세계로 유통돼 사용되는만큼 화석연료 업종은 스코프3 공개가 가장 중요한 업종이지만, 이를 제시하거나 화석연료 채굴 종료일을 선언한 기업은 없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화석연료 부문의 넷제로 계획은 대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고서의 저자 중 한명인 뉴클라이밋 연구소의 쿠라모치 타케시 연구원은 "최근 넷제로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면서 슈퍼마켓에 가도 탄소중립, 기후중립 관련 제품들이 눈에 띠지만, 정작 그게 어떤 의미이고 실제 넷제로 전환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국가 감축목표와 달리 기업들의 기준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의 취지를 밝혔다.
쿠라모치 연구원은 이어 "이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노골적인 그린워싱으로 볼 수밖에 없는 넷제로 선언들에 대해 독립연구기관으로부터 증거자료가 계속해서 쌓이게 될 것"이라며 "결국 수년내 기후소송 건수가 급증할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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