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와 그린워싱 일삼았다"...석유기업 '에니' 伊 첫 기후소송 직면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0 15:05:42
  • -
  • +
  • 인쇄


이탈리아 최대의 석유기업 에니(Eni)가 이탈리아 최초로 기후소송에 직면했다.

그린피스와 리커먼(ReCommon) 등의 환경단체들은 "에니는 1970년대부터 자사 제품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알고도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기 위해 로비를 했고,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포장해 판매하는 그린워싱을 일삼았다"며, 에니사를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한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두 단체는 "5월 19일까지 로마 민사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며 "11월에 심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또 두 단체는 "에니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경제재정부와 국영은행 데포지티 에 프레스티티(Cassa Depositi e Prestiti)도 공소장에 포함시켰다"며 "이들이 에니사의 지분을 3분의 1이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에니는 1953년 설립된 곳으로, 글로벌 기업 순위가 13위다.

실제로 1969년~1970년에 에니가 이스베트 연구센터(Isvet research centre)에 의뢰해 조사한 보고서에는 "화석연료 사용 증가를 방치하면 불과 수 십 년 내에 기후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는 "대기중 이산화탄소(CO2)는 화석연료 사용증가로 인해 지난 세기동안 전세계적으로 평균 10% 증가했으며, 2000년에는 이 증가율이 25%에 달해 기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리커먼은 "1978년 에니의 자회사 테크네코(Tecneco)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세기가 바뀔 때까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얼마나 상승할지에 대한 예측을 발견했다"며 "보고서에는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화석연료 소비증가에 따라 2000년대에 CO2 농도가 375-400ppm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이러한 증가는 특히 대기의 열 균형을 변화시켜 생물권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기후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2000년기준 CO2 농도는 371ppm이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 에니는 사내 잡지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지구를 따뜻하게 하는 천연가스를 '청정연료'로 홍보하는 광고캠페인을 진행한 이력도 있었다.

기후소송 전문가들은 "석유회사들은 이미 반세기전부터 화석연료 연소의 위험성을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 위험성을 무시하고 석유 및 가스 생산을 늘리기로 선택했다"고 분노했다. 옥스퍼드 지속가능한 법률 프로그램(Oxford Sustainable Law Programme)의 선임 연구원인 벤 프란타(Ben Franta)는 "석유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전세계에 미칠 재앙적 영향을 알고 있었지만 대중에게 경고하지 않았다"며 "지식을 은폐했고, 문제를 부인했으며 해결하려는 노력을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에니도 기만과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기후소송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 네덜란드 법원이 환경단체가 로열 더치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환경단체들의 손을 들어준 다음부터 더 늘어나고 있다.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은 환경단체인 우르겐다 재단(Urgenda Foundation)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며 네덜란드 정부에 더 강화된 배출량 감축 목표를 채택할 것을 명령했다. 2021년 헤이그 지방법원은 로열 더치셸을 상대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네덜란드 환경단체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후책임연구소(Climate Accountability Institute) 보고서에 따르면, 에니는 1950년~2018년까지 배출한 누적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양이 전세계 석유 및 가스기업 가운데 24위다.

에니는 "소송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필요하다면 법정에서 탈탄소화에 대한 올바른 접근방식을 취했음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리커먼의 반복적인 명예훼손 행위에 대응해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도 드러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