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면체로 만들면 한변 20km에 달해
지난 30년간 녹은 빙상의 무게가 7조5600억톤에 달하고, 소실된 얼음을 정육면체로 만들면 각 변의 길이가 20km나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극지 관측·모델링센터가 이끄는 국제연구팀 '빙상 질량 균형 상호 비교 연구'(IMBIE)가 남극 대륙과 그린란드 빙상을 관측한 50개의 위성사진을 토대로 얼음의 이동속도와 고도를 측정한 결과, 1992~2020년 지구온난화로 소실된 빙상의 무게가 7조5600억톤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빙상'은 면적이 5만㎢ 이상의 거대한 빙하 얼음덩어리를 말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빙상은 면적이 1397만㎢에 달하는 남극 빙상이다. 남극 빙상에 이어 2번째로 큰 그린란드 빙상은 그린란드 면적의 약 80%를 차지하는 초거대 빙상이다. 이들 빙상에서 사라진 얼음을 큐브 형태로 만들면 한 변의 길이가 12마일(약 19.3km)가량 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들 빙상에 더해 전체 극지방에서 손실된 얼음의 무게는 총 8조3000억톤에 달한다. IMBIE의 데이터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의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유럽 우주국(ESA)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결과'라고 강조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극지방의 얼음은 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 훨씬 빠르게 녹고 있다. 6120억톤의 빙상이 소실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19년을 포함해 가장 많은 극지방 얼음 손실이 발생한 일곱번의 해는 지난 10년 사이에 포진돼 있다.
극지방 얼음 손실은 해수면 상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해수면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바다의 부피가 커지거나, 육지에 있는 담수가 바다로 이동하는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점차 극지방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해수면 상승에 끼치는 영향이 더 커지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남극 빙상과 그린란드 빙상에서 소실된 7조5600억톤의 얼음은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수면을 각각 13.5mm, 7.4mm씩 총 21mm를 상승시켰다. 이처럼 극지방 얼음의 해수면 상승 기여도는 꾸준히 늘어 1990년대 초반 해수면 상승에서 차지한 비중이 5.6%였지만 현재는 25.6%로 높아졌다.
IPCC는 남·북극 빙상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감소하면 금세기말까지 전세계 평균 해수면 높이가 148~272mm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번 연구논문의 주요 저자인 영국 리즈대학교 이네스 오토사카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극지 빙상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 해안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전세계에 홍수와 해안침식으로 인한 중대한 피해와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탄탄한 예측치를 기반으로 극지방 얼음에 의한 해수면 상승폭 예측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놓지 않으면 피해 완화를 위한 대응정책을 계획하는 것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20일(현지시간) 과학저널 '지구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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