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별개로 '일회용 플라스틱' 법적 정의 필요
지난 11년동안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2.5배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의 양이 이전에 비해 8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음식과 택배가 증가한데 따른 결과다.
22일 그린피스와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장용철 교수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9년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 후속으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을 비교분석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이 2.2% 감소했지만,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081만6000톤으로 2019년 1020만3000톤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2021년에도 1193만2000톤으로 더 늘어나, 2011년과 비교하면 지난 11년 사이에 무려 2.5배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배달음식 및 택배 이용량이 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19년 대비 2020년 14.6%, 2021년 1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의하면 분리 배출되는 플라스틱 가운데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 하루 배출량은 2019년 715.5톤에서 2021년 1292.2톤으로 무려 80.6%나 증가했다.
또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은 2020년 기준 생수 페트병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컵 102개(1.4kg),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kg),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개(5.3kg)로 나타났다. 4가지 품목을 더하면 해마다 국내 소비자 1인당 19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무게 단위로 환산하면 87만3833톤으로 2020년 기준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 441만1000톤의 약 20%에 달하는 양을 개별 소비자들이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인구 5184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국민이 1년간 소비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양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생수 페트병의 경우 56억개로, 지름 10cm의 페트병들을 세워서 늘어놓으면 지구를 14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플라스틱 컵은 53억개로, 컵 하나의 높이를 11cm로 가정하면 지구에서 달 사이 거리의 1.5배에 이른다. 비닐봉투는 276억개로, 이들을 20L 종량제 봉투라고 가정하면 서울시를 13번 이상 덮을 수 있는 양이 된다.
보고서는 종량제 봉투 배출 폐기물을 포함하는 생활계 폐기물의 2030년 발생량 전망 수치도 공개했다. 2010~2021년 발생량과 같은 추세로 증가가 지속될 경우 2030년 생활계 폐기물 중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한 해 647만5000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0년에 비해 3.6배 증가한 수치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증가에 대한 원인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재활용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2021년 전체 국내 전체 플라스틱의 물질 재활용률은 약 27%였으며, 그중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 추정되는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약 16.4%에 불과했다. 2021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이 2017년보다 49.5%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치다. 특히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 70% 이상은 단순 소각하거나 에너지 회수 고형연료 형태로 처리하면서 온실가스를 대기 환경으로 대량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용철 충남대 교수는 "한국은 EU,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정의가 따로 없고, '일회용품' 안에서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어서 일회용 플라스틱의 구체적인 감축 전략과 규제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한국은 일회용 플라스틱 구체적인 감축 전략 수립과 이행 방안, 목표 설정, 대체 제품 개발, 관련 통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며 정부차원에서 강화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유엔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한 첫 국제협약을 2024년 말까지 만들기로 합의했다.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환경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제 협약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한국이 안일하게 대처하는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날 중요한 기회"라며 "협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향후 INC(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의에서 제기될 산업계의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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