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처럼 스티로폼 파고들며 집짓는 개미들
버려진 스티로폼 덩어리 속에서 개미가 집을 짓고 사는 모습이 포착됐다. 개미가 스티로폼을 서식지로 활용한 사례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재활용되지 못하고 장시간 자연에 방치된 플라스틱은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자연물처럼 변하는데 이를 '뉴락'(New Rock)이라고 한다. '새로운 돌덩이'라는 의미인데, 이 뉴락에서 개미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것이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뉴락에서 개미집을 발견한 장한나 작가는 7일 뉴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올초 인천에서 수집한 뉴락에서 하얀 가루가 떨어지는 것이 이상해서 자세히 살펴봤더니 스티로폼 안쪽에 개미들이 살고 있었다"고 밝혔다. 장한나 작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뉴락을 수집해 전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장 작가의 작업실 한 구석에 있는 커다란 돌덩이처럼 변한 스티로폼을 살펴보니, 구멍에서 개미들이 꼬불꼬불 연이어 기어나오고 있었다.
장 작가는 "보통 뉴락을 수집할 때 붙어있는 생물을 데려갈 수 없어서 다 털어내고 가져온다"면서 "수집할 당시에는 개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작업실에 가져와서 보니 개미가 살고 있었다"고 했다.
개미들은 쉬지않고 스티로폼을 물어뜯고 그 가루를 구멍밖으로 내다버렸다. 그러다보니 뉴락 외부는 스티로폼의 가루가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장 작가는 "개미가 스티로폼 내부에 생태공간을 형성해가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스티로폼이 땅에 비해 무르기 때문에 구멍을 쉽게 팔 수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장 작가는 "흙에 비해 가볍고 정전기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몸에 자꾸 달라붙어 개미가 몇 번이고 털어내는 모습을 봤다"면서 "흙에서보다 훨씬 힘들게 집을 짓고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거대한 스티로폼 돌덩이인 '뉴락'에 개미가 집을 짓는다는 것은 미세플라스틱을 만든다는데 개미도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직경 5㎜ 이하의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을 말하며,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켜 종국에는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까지 유입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티로폼 발생량은 2020년 기준 7만7814.9톤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음식배달과 택배물량이 늘면서 스티로폼 발생량은 더 증가했다. 그러나 스티로폼에 대한 제대로 된 재활용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환경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스티로폼이 배출·수거된 후 어떤 처리과정을 거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재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는 스티로폼이 방치되면서 '뉴락'이 만들어지고, 이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개미가 집을 짓기 위해 조각내는 스티로폼 가루들은 자연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토양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빗물 등을 통해 강으로 흘러들어가 결국 바다를 오염시킬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 개미를 비롯한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바닷새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면서 장내 독성미생물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장 작가는 "스티로폼이 개미 생태에 끼치는 영향이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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