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지분 美 "기후대응 적극적 인물 추천"
세계은행 총재가 기후위기 대응 미흡을 이유로 사실상 경질된다.
15일 (현지시간)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트위터를 통해 "오늘 오후 세계은행 이사회와 만났다"며 "6월 30일까지 일하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정식 임기보다 1년가량 빠른 조기 퇴임이다.
맬패스 총재는 "많은 생각 끝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며 "여러 차례 글로벌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한 만큼 내 뜻대로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조기 퇴임 배경에는 기후위기 책임론으로부터 받은 압박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제2차세계대전 후 각국의 재건자금 지원을 위해 설립된 세계은행은 전세계 빈곤 퇴치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최근 들어 빈도와 강도를 더해가는 기후위기는 세계 곳곳에 무지막지한 피해를 끼치며 빈곤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은행은 줄곧 기후위기 피해국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았고, 되레 빈곤국의 부채를 가중시키는 대출을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맬패스 총재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힌다. 5년 임기로 연임이 가능한 세계은행 총재는 이사회 의결권 지분 16%를 가진 미국이 선임한다. 2019년 한국계 김용 총재 사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재무부 차관으로 재직중인 맬패스를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라며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했다.
게다가 맬패스 총재는 대표적인 기후위기 부정론자다. 2019년 4월 취임 당시 기후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을 지적받아온 그는 '화석연료가 지구 기온을 상승시킨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고 답한 이후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오해가 있었다"며 입장을 번복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시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맬패스 총재의 기후변화 관련 답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세계은행이 기후대응의 글로벌 리더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빈곤 퇴치와 공동 번영 촉진 등에 대한 세계은행의 오랜 노력을 토대로 세계은행이 21세기 도전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이끌 후보자를 추천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기후변화 대처, 공중보건 개선, 빈곤 종식 및 번영 증진을 위한 갈등 등에 대한 대응 능력 확장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어 "세계은행 이사회가 투명하면서도 능력에 기반한 신속한 후보 지명 절차를 운영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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