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명 삶의 터전 '습지'…숲보다 3배 빨리 사라진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02 13:59:30
  • -
  • +
  • 인쇄
UN "복원사업에 468조원 투입해야"
금세기말 해안습지 90% 사라질수도
▲우리나라 최초의 람사르습지인 인제의 대암산 용늪. 해발 1280m에 있는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식물 군락이 발달한 산위의 습지)이다. 연중 170일 이상 안개가 끼는 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이 고산의 우묵한 지형에 습지가 생겨났다. 한여름에도 안개가 자욱해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전세계 10억명이 생활기반을 의존하고 있는 습지가 숲보다 3배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유엔이 갯벌, 늪, 하천이나 연못 주변 등 전세계 동·식물의 40%가 살고 있는 '습지'를 복원하기 위한 긴급 조처를 1일(현지시간) 촉구했다. 이미 지난 50여년간 전세계적으로 약 35%의 습지가 사라졌고, 2000년 이후 손실률이 가속화하고 있다.

습지는 지표면의 6%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10억명의 삶에 있어 식량, 관광, 일자리 등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습지의 일종인 국내 갯벌만 놓고 보더라도 바지락, 백합 등 연간 3000톤 규모의 조개류가 생산·판매되면서 어민들의 생계를 책임진다. 갯벌 가장자리에 서식하는 '염생식물'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며,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 사이에서 홍수로 인한 물의 흐름을 완화하고 저장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금세기 말까지 갯벌을 포함한 현재 해안 습지의 약 20~90%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갯벌은 국내에서만 자동차 11만대 배출량에 맞먹는 26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밖에도 죽은 식물들이 미생물 분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쌓여 만들어진 '이탄습지'는 일반적인 숲에 비해 2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하지만 지난 200여년간 습지는 관개시설, 도시화 등의 인간활동으로 지속적으로 파괴됐고, 기후변화까지 진행되면서 1970~2015년 전체 습지의 35%가 사라졌다. 탄소저감 효과가 높은 습지가 사라지면서 기후변화는 가속화하고 있고, 습지가 사라지는 속도도 다시 가속하는 악순환이 빚어지면서 습지는 숲이 벌목되는 속도보다 3배 빨리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은 습지를 되살릴 수 있는 자연기반해법 투자규모를 현행 1540억달러(약 188조원)에서 2025년 3840억달러(약 468조원) 수준으로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중국은 침수 피해를 끊기 위해 습지를 복원하고, 건물에 '녹색지붕'(Green roof)를 얹어 빗물을 흡수하도록 하는 등 '스펀지 도시' 조성에 16조원을 투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여러 환경단체가 습지 보호를 촉구했다.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은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시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일대 대저대교를 포함한 16개의 신규 교량 건설을 추진하는 데 이어 가덕도신공항과 제2에코델타시티 건설 등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부산시는 자연 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시·도지사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은 전국 7개소 8254㎢에 달하지만 제주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제주 자연의 벗은 "제주는 한반도의 습지와 전혀 다른 특성으로 국내에서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습지가 있는 지역"이라며 "제주에 지정된 5곳의 습지보호지역은 면적이 협소하고 완충지대가 보호구역으로 설정되지 않아 습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