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는 '탄소저장고'...숲보다 5배, 바다보다 500배 높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0 15:50:10
  • -
  • +
  • 인쇄
습지, 지표면 1%지만 탄소 20% 이상 저장
습지 조성과정 복제해서 복원·번성시켜야


습지는 지구 표면의 1%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지구 이산화탄소의 20% 이상을 저장하는 '탄소저장고'로 밝혀지면서 습지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네덜란드·미국·독일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탄소포집 데이터를 종합분석했더니 바다와 숲에 이어 습지가 세계 세번째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저장고'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결과, 습지가 1평방미터당 이산화탄소(CO2) 저장량이 가장 높아,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탄소저장고'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의 제1저자 랄프 테밍크(Ralph Temmink)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연구원은 "1평방미터당 저장된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사한 결과, 습지는 숲보다 약 5배, 바다보다 500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습지가 탄소저장에 효과적인 이유는 서로 가까이 자라는 식물들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줄기와 뿌리로 촘촘히 이뤄진 지상 및 지하매트는 영양분을 가둬 토양을 침식이나 건조로부터 보호하고, 식물의 성장과 토양층의 축척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고지대 토탄 늪의 경우 탄소저장 과정이 약간 다르다. 표면의 살아있는 이끼층은 엄청난 양의 빗물을 머금어 스펀지 역할을 하고, 그 아래에 있는 죽은 이끼층은 수중에 잠겨있게끔 유지한다. 이는 최대 10m 두께의 토탄 하층이 건조되고 분해돼 저장된 탄소를 대기중으로 방출하는 것을 막는다. 살아있는 이끼가 점차 쌓이면서 땅 아래 저장된 탄소 양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문제는 이런 염수·담수 습지가 농업목적의 습지배수, 벌목 등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의 공동저자 브라이언 실리만(Brian R. Silliman)과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미국 듀크대학 해양보존생물학 교수는 "세계 습지의 약 1%가 농업과 개발, 오염이나 습지 배수로 매년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리만 교수는 "파괴된 습지들의 토양에서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이는 매년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수백년에서 수천년동안 저장됐던 탄소가 공기에 노출되면 빠르게 분해돼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그 결과 대기중으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습지는 파괴되는 순간, 탄소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아직 손실된 습지들을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만 교수는 "습지를 대규모로 복원해 탄소방출을 막고 탄소저장 능력을 되돌리는 방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습지의 조성과정을 복제하고 탄소저장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습지를 대규모 복원하는 방안이 성공의 열쇠다. 실리만 교수는 습지를 성공적으로 복원하려면 습지의 탄소포집 과정이 반복되게끔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의 공동저자 티제 반 데르 하이데(Tjisse van der Heide) 네덜란드 왕립해양연구소 및 흐로닝겐대학 박사는 "모든 습지 복원 중 절반 이상이 식물이 형성되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묘목과 마개를 동일하게 정렬해 심는 것은 역효과"라며 "식물을 크고 조밀한 덩어리로 심거나, 원래의 경관 특성을 모방할 때, 또는 단순히 매우 넓은 지역을 한 번에 복구할 때 복원작업의 성공률이 훨씬 더 높다"고 설명했다.

실리만 박사는 "이 지침을 따르면 잃어버린 습지를 훨씬 더 큰 규모로 복원하고 번성시켜 습지가 탄소저장 및 생태계의 핵심으로 자리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