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못하면 멸종 위기"
세기말까지 육지 척추동물의 41%가 폭염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지구기온이 4.4도 상승하는 배출시나리오에서 육지 척추동물의 41%가 2099년까지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폭염현상을 경험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인간의 탄소배출로 해당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증가하면서 육지의 파충류, 조류, 양서류, 포유류가 폭염에 노출되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온도변화에 가장 취약한 양서류·파충류가 각각 55%, 51%로 극심한 폭염에 노출되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조류는 26%, 포유류는 31%가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모하비 사막, 남미의 그란차코, 아프리카의 사헬과 사하라,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의 일부 지역과 같이 영향이 더 심한 지역에서는 더위에 노출되는 비중이 100%에 달하며 심지어 멸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타났다. 이는 지구 생물다양성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고 연구는 경고했다.
온난화 3.6도 이하에서는 육상 척추동물의 29%가 극심한 폭염을 경험하고 온난화가 1.8도로 제한되면 이 비중은 6%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동물의 극단적 폭염노출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감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연구의 주요저자인 고팔 무랄리(Gopal Murali)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 연구원은 "최근의 기후온난화 추세가 4.4도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야생동물은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억 마리 이상의 해양동물을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2021년 캐나다 태평양연안 폭염 사례처럼, 열 스트레스는 멸종을 야기하고 전체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무랄리 저자는 "폭염이 잦아져 매 여름마다 신기록을 세우고 야생동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러한 극한기온현상이 미래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대규모로 조사된 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인간만 해도 매년 전세계 500만 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그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 롤(Uri Roll) 벤구리온대학 연구원은 "그나마 인간은 쉴 곳, 마실 것을 갖추고 음식을 냉장보관할 수 있지만 동물에겐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염이 "많은 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연구에서 서식지 변화나 외래종 증가, 강우량의 변화는 배제한 점을 감안하면 "폭염 또한 수많은 변화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나탈리 페토렐리(Nathalie Pettorelli) 영국 런던동물학회(Zoological Society of London) 응용생태학자는 보고서가 세기 말까지 폭염이 육지 척추동물에게 가할 수 있는 압력에 대해 좋은 추정치를 제공했지만 이와 관련한 보존 상태를 살피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고려한다면 현재 및 미래에 폭염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식별하고 조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언 롱(Ryan Long) 미국 아이다호대학 야생동물학 부교수는 이번 연구가 "현 배출량이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금세기 말까지 중위도 사막, 관목지대, 초원을 중심으로 지구상 동물군이 전례 없는 폭염에 직면할 것임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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