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기피에 매장들 "왜 우리만 하나" 보이콧
두번의 유예끝에 세종과 제주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둘러싸고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세종과 제주에서 참여 매장을 늘리기 위해 과태료 부과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과태료 부과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과태료보다 업체들의 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6일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는 매장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당분간 부과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들의 입장은 달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업계 반발을 줄이고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과태료가 아니라 업체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은 후 보증금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결제했다가 나중에 직접 반납하거나 매장이나 주민센터, 시청 등 공공기관에 설치된 무인반납기를 통해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지점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이 적용대상이다.
환경부는 당초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하려고 했지만 준비미비 등으로 세종과 제주에서만 지난해 12월 2일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개인카페를 제외하는 등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참여를 거부하는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많았고, 음료를 구매한 매장에 다시 반납해야 하는 불편함에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대상 매장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00여개 매장들이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도 시행을 밀어붙였던 환경부는 난감해진 상황이다. 2년을 질질 끌다가 겨우 세종과 제주에서 실시하게 됐는데 이마저도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급해진 환경부는 '과태료 부과'까지 꺼내들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이에 공조해야 할 지자체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환경부는 3년 이내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제도운영 방식이라면 세종과 제주에서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커피값 300원 인상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보증금제를 실시하지 않는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탓이다. 세종 맘카페에서는 "컵비용이 300원이 안될텐데 왜 300원을 더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음료를 다 마시고 씻어서 가져오면 돈을 돌려주겠다는데 그럼 재활용쓰레기장은 왜 있는 것인가"라며 보증금제에 대한 불만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보증금제 매장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보니 보증금제 실시 이후 매출이 줄었다는 매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보증금을 반납하러 온 고객이 동전을 받기 싫다고 카드결제를 취소하고 다시 결제해달라고 하거나 바코드가 없는 컵을 가져와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보증금제를 적용할거면 전부 다 해야지 왜 일부만 하느냐"며 "프랜차이즈 매장에 우선 시행하는 건 사실상 자영업자 살리기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환경부는 지자체가 보증금제 적용대상을 개인카페 등으로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주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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