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소비 5대 기업 "RE100 목표 정해진 것 없다"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11-15 14:09:38
  • -
  • +
  • 인쇄
화석연료 확산에 이행계획 주춤
정부 재생에너지 역주행도 한몫


올겨울 최악의 에너지대란을 피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추면서, RE100에 합류한 국내 기업들도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15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전력소비량 상위 5대 기업은 RE100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 여부를 묻는 뉴스트리 기자의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LG 디스플레이는 아직 RE100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가입 시기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11월 기준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은 모두 25개사다. 

국내 전력사용량 상위 5대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지난해 사용한 전력량은 총 47.67TWh로, 지난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43.1TWh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연간 전력소비량은 18.41TWh에 이른다. SK하이닉스(9.21TWh), 현대제철(7.04TWh), 삼성디스플레이(6.78TWh), LG디스플레이(6.23TWh)가 그 뒤를 이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4년전에 이미 RE100에 가입한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 소비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스코프1을 달성한 상태다. 이 기업들은 협력사들이 사용하는 전력까지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스코프3를 이행하기 위해 '공급망'에 놓인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확보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톱티어에 속하는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RE100 실현을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이 더뎌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에너지 수요가 많은 겨울이 다가오면서 화석연료로 에너지대란을 막아보려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 7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석탄 소비가 지난해보다 0.7% 증가한 80억700만톤(t)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3년과 같은 수준이다. 또 유럽석탄·갈탄협회의 브라이언 리케츠 사무국장은 "유럽연합(EU)의 전력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5%에서 올해말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왼쪽 위), 삼성디스플레이(오른쪽 위), SK하이닉스(왼쪽 아래), 현대제철(오른쪽 아래)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해당 기업 보고서 캡쳐)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다시 늘어나면서 국내 RE100 기업들도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동력을 잃고 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에서 국내 사업장의 RE100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얼마만큼 조달할 계획인지를 공개한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다. 2030년은 2050년 RE100 달성을 위한 중요한 중간 단계로, 2030년에 재생에너지가 최소 30%는 조달돼야 RE100을 실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

SK하이닉스가 유일하게 글로벌 사업장 전체 전력 사용량의 33%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중간목표를 공개했지만, 국내 사업장의 몇 %를 목표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게 없다"고 밝혔다. 관련 계획이 언제 발표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도 SK하이닉스측은 "그것 역시 정해진 게 없다"고 대답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전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있지만 국내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몇 %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이에 대한 질문에도 삼성전자 관계자는 "답변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 현대제철 역시 마찬가지였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방법을 내놓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RE100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보에 느긋한 행보를 보이는 데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역주행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에너지 환경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에 따르면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21.6%로 축소됐다. 무려 8.6%포인트(p) 낮췄다. 정부가 보급하는 재생에너지만으로 5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조차 충당할 수 없게 됐다. RE100 기업들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면 자체 생산하거나 녹색프리미엄 구입 등 돈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권필석 소장은 "녹색프리미엄은 기업이 기존에 내던 전기 요금에 추가 요금을 내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주는 제도"라며 "하지만 이 추가요금이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에 쓰이는지도 확인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계속해서 녹색프리미엄과 같은 제도에 의존한다면 향후 RE100 달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 임장혁 연구원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축소하고 기업들의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없는 현재 상태에서 RE100 달성은 요원하다"며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논의하고 기업들은 RE100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실현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빙그레, 지주사 전환과 인적분할 계획 '백지화'

빙그레가 '빙그레홀딩스'와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빙그레는 지난해 11월 22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

KCC·HD현대 손잡고 개발한 도료, 환경표지 인증 '취득'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나 조선업계가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KCC와 HD현대(HD현대

스마트안전시스템 AI·챗GPT 기반 'AI 안전함'으로 진화

스마트안전시스템인 '안전함'이 인공지능(AI)과 챗GPT 기반의 'AI 안전함'으로 진화했다. 사단법인 한국스마트안전보건협회는 '안전함'에 AI와 챗GPT 기술

코오롱, 저소득층 아이들 위한 기부천사 '드림팩' 진행

코오롱그룹이 저소득가정 아이들을 위한 선물꾸러미 '드림팩(Dream Pack)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캠페인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코

과대포장과 스티로폼 '확 줄었다'...설 선물세트 '친환경' 대세

과대포장과 스티로폼 포장이 판을 치던 예년과 달리, 올해 설 선물세트 시장은 친환경 포장재가 대세로 굳어진 모습이다. 20일 본지가 백화점과 대형마

트럼프 취임식 4대그룹 총수 '불참'...참석하는 韓기업인 누구?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취임식에 참석하는 우리 기업인들의 명단도 윤곽이 드러나고

기후/환경

+

거대한 탄소창고 '북극'…이제는 지구온난화 '부채질'

지구의 거대한 '탄소창고' 역할을 하던 북극의 툰드라와 숲, 습지의 3분의 1이 탄소배출원이 됐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구동토층에 수 천년

'불의 고리' 대만 100차례 넘게 '흔들'...TSMC, 연속지진에 큰 피해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한 대만 남부지역에서 여진이 100여차례씩 이어지고 있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대만 타이둥현 서쪽 10km 지역에서

130km급 역대급 폭풍이 몰려오는 英 아일랜드 '초비상'

최대 풍속 130km/h에 달하는 역대급 폭풍이 영국 아일랜드에 몰아닥칠 것으로 예고됐다.23일(현지시간) 영국 국립기상센터는 24일 오전 2시부터 폭풍 '에

'LA 산불' 강풍에 되살아났다…하루새 여의도 10배 잿더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또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면서 하루밤

[주말날씨] 맑고 포근하다가...설 연휴 '많은 눈'

설 연휴를 앞둔 이번 주말은 전국이 맑고 포근하겠지만 설 연휴에는 흐려지면서 많은 눈이 내리겠다.오는 25~26일은 우리나라가 고기압 영향권에 놓이

'불의 고리' 연달아 지진·화산...후지산 폭발 가능성 '모락모락'

몇 일전 일본과 대만에서 규모 6.9에 달하는 강진이 발생한데 이어 23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도 규모 5.7와 5.4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공포가 확산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