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에 평생 후유증 우려
대기오염이 태아의 폐와 뇌까지 침투했다.
5일(현지시간) 태어나지 않은 태아의 폐와 간, 뇌에서 유독성 대기오염입자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란셋플래네터리헬스(Lancet Planetary Health)' 학술지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태아의 각 세포조직 mm³당 수천 개의 검은 탄소입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탯줄혈액과 태반뿐만 아니라 폐, 간, 뇌 조직의 모든 샘플에서 대기오염 입자가 발견됐다. 이는 임신 중 산모가 들이마신 입자가 혈류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 것이다. 또 산모가 거주하는 환경의 대기오염 농도가 높을수록 검출된 입자의 농도도 높아졌다.
자동차, 가정, 공장 내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은 독성 화학물질을 운반하고 몸에 염증을 일으켜 유산 및 조산, 저체중, 뇌 발달장애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번 연구는 그 피해가 야기되는 직접적인 증거를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연구진은 태아기간이 인간발달 중 가장 취약한 단계인 점을 들어 이번 발견에 큰 우려를 표했다. 태아기 대기오염에 노출될 경우 평생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연구가 상대적으로 대기오염수치가 낮은 스코틀랜드 및 벨기에의 비흡연자 산모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점을 감안했을 때, 대기오염이 보다 심각한 지역의 산모 및 태아들은 훨씬 큰 위험에 노출돼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오염 입자가 태반까지 침투한다는 사실은 2018년 조나단 그리그(Jonathan Grigg) 런던 퀸메리대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최초로 규명했다. 그리그 교수는 "태아의 뇌에 들어간 입자는 그 태아의 일생에 잠재적 영향을 미친다"며 정확한 양상에 관해서는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2019년 연구에서는 대기오염이 사실상 인체의 모든 장기 및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세먼지가 혈액뇌장벽도 통과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청년층 도시거주민들의 심장에서도 입자 수십억 개가 발견됐다. 더욱이 세계인구의 90% 이상이 대기오염수치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에 살고 있어 매년 수백만 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폴 파울러(Paul Fowler) 스코틀랜드 애버딘대학 교수는 "탄소나노입자가 임신 1기 및 2기 태반뿐만 아니라 발달 중인 태아의 장기, 뇌까지 침투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연구의 공동저자 팀 나워트(Tim Nawrot) 벨기에 하셀트대학 교수는 "대기질 규제는 임신기에 미치는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태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오염 문제에 있어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개인은 가능하면 혼잡한 도로를 피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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