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대신 종이 사용한 선물세트 크게 늘어
명절 이후만 되면 산더미처럼 쌓이는 스티로폼 등 포장상자로 인해 몸살을 앓아왔는데 올추석에는 이런 쓰레기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력한 과대포장 규제 덕분인지 대부분의 선물세트가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로 대체되고 있어서다.
30일 뉴스트리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와 왕십리 이마트에서 판매중인 추석 선물세트 대부분은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을 사용한 선물세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추석만 해도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을 포장재로 사용한 선물세트가 즐비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전국 민간 선별장 154곳을 조사한 결과, 추석연휴 이후 폐기물 반입량이 연휴 전보다 69% 증가했다. 실제로 명절연휴가 끝나면 아파트단지 재활용 선별장은 각 가정에서 배출한 스티로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공장에서 생산이 완료된 제품 또는 수입된 제품 등을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상자로 재포장하는 것을 금지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지방자치단체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분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또 지난 29일부터 9월 16일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추석 선물세트 과대포장을 집중단속하도록 했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과대포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개선이 결합되면서 포장 트렌드가 점점 친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하나로마트에서 버섯을 판매하고 있는 한 직원은 "종이가 가볍고 친환경적이라 전부 종이상자에 담아서 판매하고 있다"며 "따로 분리배출해서 모두 재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직원의 말대로 버섯 선물세트는 모두 종이 포장재로 구성돼 있었다.
율무차와 쌍화차 등을 담아놓은 차선물세트도 모두 종이 포장재로 구성돼 있었다. 사과와 배, 멜론 등을 담아놓은 과일 선물세트 상자도 모두 종이로 포장돼 있어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동일 재질로 상품이 포장돼 있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분리배출하기 편하다. 장을 보고 있던 한 소비자는 "예전에는 선물세트 하나에 종이와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이 섞여있다보니 분리배출하는 것도 번거로웠다"면서 "하지만 요즘 선물세트는 재질이 대부분 종이여서 재활용 분리배출이 훨씬 수월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과일 선물세트가 100% 종이 포장재로 판매되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스티로폼 재질로 만들었던 과일덮개는 종이로 대체된 상품들도 있었지만 일부 선물세트는 여전히 스티로폼 재질의 충전재로 과일을 감싼 채 판매중이었다. 일부 과일은 비닐로 감싼 다음 스티로폼 충전재로 다시 감싸서 판매되는 경우도 있었다. 과일에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조치로 보이지만 아쉬움으로 남았다.
샴푸와 세정제 등 생활용품 선물세트들은 과일처럼 흠집이 나거나 뭉개지는 경우가 아닌데도 여전히 플라스틱을 사용한 상품들이 많았다. 각 제품을 고정시킬 용도라면 굳이 이 플라스틱 판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에 대해 한 판매직원은 "안전성을 위해서 이중, 삼중 보호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표방하는 대기업의 선물세트가 플라스틱 사용량이 더 많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동원의 건강올리유 선물세트나 동원참치·리챔 세트에는 모두 플라스틱 판이 사용됐다. 아모레퍼시픽 려의 샴푸세트와 LG생활건강의 히말라야 핑크솔트 상품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각 지자체들은 추석명절을 맞아 대형 유통매장 등을 돌며 과대포장 행위와 분리배출 표시 적정여부 등을 집중점검하고 있다. 포장 공간비율이나 적정 포장횟수를 초과하는 제품이 단속대상이다. 종이팩, 금속캔, 유리병, 합성수지 등 분리배출 표시 의무대상 포장재에 인쇄 또는 각인, 라벨 부착을 통해 분리배출 표시를 제대로 했는지도 점검대상이다.
서영태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명절 등 특정시기에는 과대포장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라며 "폐기물 줄이기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높아지면서 과대포장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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