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이미 닥쳤나?...기후변화로 고추·커피·카카오도 생산감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6-29 16: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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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된 가뭄·산불·홍수로 작물 수확량 '뚝'
온도 4°C 오르면 와인 생산지 85% 사라져


기후위기로 거의 모든 작물의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식량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이 증가하고 홍수나 산불 등 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밀과 옥수수뿐만 아니라 고추나 커피, 사과, 초콜릿 등의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과 가용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롤린 디미트리(Carolyn Dimitri) 미국 뉴욕대학(NYU) 영양식품 연구교수는 "미국에서 재배하고 기르는 거의 모든 작물이 기후스트레스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밀과 같은 곡물은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다. 2021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기후변화가 빠르면 2030년 전세계 옥수수와 밀 생산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옥수수 수확량은 무려 24%나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미 미국은 텍사스나 오클라호마주 등 밀을 수확하는 대초원 지역이 가뭄을 겪으면서 작황이 크게 줄었다. 몬태나주는 홍수로 곡물생산에 피해를 입고 있다. 디미트리 교수는 "미국이 큰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위기까지 겹쳐 전세계 밀 공급격차를 메우지 못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작물 피해를 입은 국가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인도는 봄과 여름 내내 지속된 극심한 폭염으로 밀 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월 델리가 49°C를 기록하자 정부는 밀 수출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밀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승한 폭보다 더 높게 치솟았다.

그런가 하면 매년 스리라차소스(매운 칠리소스) 2000만병을 생산하는 미국 식품제조업체 후이퐁푸드(Huy Fong Foods)는 악천후와 가뭄으로 봄철 흉작이 이어지면서 할라피뇨 고추의 재고 부족을 몇 년째 겪고 있다. 프랑스와 캐나다의 머스터드소스 생산업체들도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겨자 생산량이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과도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미국 미시간주과 위스콘신주 사과 수확은 봄철 서리로 피해를 입었다. 미 농무부(USDA)는 기후변화가 과일의 수확량 및 성장 감소, 품질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상이변은 커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생산국 브라질이 2020년 4월~2021년 12월 사이 가뭄 및 서리에 피해를 입으면서 커피 가격이 70%나 뛰어올랐다. 세계 최빈곤층 중 1억2000만명이 커피생산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돼 그 경제적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존 풀로(John Furlow) 콜롬비아기후학교 국제기후사회연구소(IRI) 소장은 커피농가들이 온난화에 대응해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재배면적이 줄어들어 위험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는 카카오 재배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요 카카오 재배지인 서아프리카에서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앞으로 초콜릿 제품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프랑스 와인산업계는 1957년 이후 가장 적은 포도 수확량을 기록했으며 이로 인한 매출손실이 20억달러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연간 4만~5만병을 생산하는 샴페인 포도과수원은 2021년 기온상승 및 폭우로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했다.

2020년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 포도 수확량에 큰 타격을 입혔다.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양조업자들은 포도에 자외선차단제를 뿌리고 폐수로 물을 주는 등 생존을 위해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기온이 2°C 상승하면 와인 생산지가 56%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4°C까지 상승할 경우 그 지역의 85%는 더 이상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 린다 존슨벨(Linda Johnson-Bell) 와인기후변화연구소(Wine and Climate Change Institute) 설립자는 "기후변화와 불규칙한 날씨가 세계 와인지도를 바꿀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관개량을 늘리거나 이마저도 불가능해 생산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식량생산은 기후위기의 동인이자 희생자다. 전문가들은 식량시스템을 바꾸려면 농작물의 다양성 증가, 전세계 농부들에게 기후예측 전달, 보존 프로그램 확장 그리고 비·풍속 등의 지수가 임계값 이상 혹은 이하일 때 재배업자들에게 지원금이 나오는 보험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키 로버트슨(Ricky Robertson)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재배업자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재배지를 옮겨야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 옮길 수 있는 농지가 현재의 땅보다 좋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 5월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재난과 기상이변이 전세계 기아의 원인이며 지난 10년간 17억명이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식량가격 상승, 가용성 감소 및 물 분쟁이 발생해 빈곤국 및 저소득층에 피해를 입히고 학교급식에서 식량지원프로그램까지 모든 것을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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