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친환경적 업사이클링하는 방법 찾는 중"
"쉽게 버려지는 스티로폼을 일상에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고 싶었다."
지난해 10월 'Re-'를 주제로 환경을 다시 생각한 공예작품을 뽑는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2022'에서 버려진 스티로폼으로 화병, 의자, 선반을 제작해 우수상을 받은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 유도헌(23)씨의 말이다.
그는 어떻게 폐스티로폼으로 업사이클링할 생각을 했을까. 이에 대해 유도헌씨는 "어느날 친구와 함께 안성 시설관리공단에 갔는데 산더미처럼 높이 쌓은 스티로폼을 싣고 들어오는 트럭을 보고 놀랐다"며 "그렇게 많은 스티로폼을 실은 트럭을 처음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럭에 쌓인 스티로폼은 트럭 크기보다 족히 서너배는 많아 보였다는 것이다.
마치 스티로폼 산을 옮기는 듯한 트럭들이 공단으로 쉴새없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 순간 문득 그는 "이 많은 스티로폼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공단으로 실려온 스티로폼 가운데 깨끗하고 하얀 것들만 따로 모아 재활용되고, 나머지 이물질이 묻고 오염된 스티로폼들은 모두 버려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공단에서 재활용되지 않는 폐스티로폼이 제 옆으로 끝없이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평소 스티로폼을 무심히 사용하고 버렸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실 유도헌씨가 환경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시절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참여한 이후부터다. 그러다보니 폐스티로폼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업사이클링에 도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덕분에 그는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유도헌씨는 "폐스티로폼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 "처음에 열로 녹일 생각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열로 녹이는 것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아세톤'으로 녹이기였다. 유도헌씨는 "인터넷검색을 통해서 아세톤이 스티로폼을 점액질 형태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세톤에 녹은 끈적한 점액질 형태의 스티로폼은 슬라임과 비슷하다. 유도헌씨는 "녹인 점액질을 미리 형태를 잡아놓은 스티로폼 몰드 위에 한겹한겹 덧바른다"며 "말리고 바르는 작업을 반복하면 강도가 센 스티로폼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의자나 선반은 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도를 실험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의자에 수십차례 앉아보기도 하고, 만들어놓은 선반에 물건을 몇시간동안 올려놔 보기도 했단다.
분쇄한 스티로폼을 다른 재료와 혼합해 재활용하는 사례는 있지만 유도헌씨처럼 스티로폼만 가지고 일상에서 사용가능한 의자나 선반 등을 만든 사례는 없었다. 그는 "국내에서 사례를 찾을 수 없어서 도움을 구할 곳이 없었다"면서 "그래서 혼자서 논문이나 기사를 찾아가며 스티로폼에 대해 공부했더니 이제 웬만한 전문가보다 스티로폼에 대해 더 많이 안다"며 너스레를 떨엇다.
'스티로폼 박사'가 돼버린 유도헌씨의 포부도 '더 친환경적인 스티로폼 업사이클링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는 "아세톤이 제품 속에서 덜 마르게 되면 인체에 유해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업사이클링하는 다른 방법들을 연구중"이라고 했다. 일례로 3D 프린터 재료로 스티로폼을 활용한다던가,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강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물론 실현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국내에서만 한해 7만톤 넘게 쏟아져나오는 폐스티로폼. 최근 중국에 재활용 수출길도 막혀 폐스티로폼은 상당량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도헌씨는 "폐스티로폼 업사이클링 제품이 일상에서 사용돼야 재활용 가치가 있는데 이를 혼자서 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스티로폼 재활용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져 버려지는 스티로폼이 최대한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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