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의 환경을 평가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이 여전히 '꼴찌'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종합 20점대를 받아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3년 시작된 이 평가에서 10년 연속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여성은 여전히 가정과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산출하는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는 10개 지표를 참조한다. 이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남녀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의 지표를 포함한다. 여기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일하는 여성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남녀 소득격차 29위, 관리직 여성 비율 29위,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29위, 여성 노동 참여율 28위, 남녀 고등교육 격차 28위, 의회 여성 의석 비율 27위 등 대다수 부문에서 저평가를 받았다. 이는 한국 여성이 다른 선진국 여성보다 사회적 권한이 작고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수준이 높으며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겪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남녀소득 격차가 무려 35%"라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고작 59%로 남성의 79%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여성의 사회적 권한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온 제도도 미진한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까지 정부 고위직의 10%, 공기업 임원직의 20%, 정부 위원회의 40%가 여성몫이 되는 것을 목표했지만 유리천장지수는 여전히 낮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상장기업의 경우 사내이사의 2%만 여성이며 여성이 대표인 기업은 109곳 중 1곳꼴로 1% 미만이라고 밝혔다. 또 관리직의 10% 남짓만 여성으로 채워지는 등 민간부문에서도 성평등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여성은 가사, 장보기같은 무보수 활동을 남성보다 5배 정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문화적, 사회적 규범이 일터에서 성평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아시아에서 많은 여성이 가족 또는 전문직업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웨덴은 80점을 넘어 여성의 환경이 가장 좋은 국가로 분석됐다. 이들 조사대상 29개국 중 17개국만이 OECD 평균을 넘었다. 조사대상 29개국은 유리천장지수가 높은 순서대로 스웨덴, 아이스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포르투칼, 벨기에, 프랑스, 뉴질랜드, 폴란드, 캐나다, 슬로바키아, 덴마크, 스패인, 호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영국, 독일, 아일랜드, 미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체코, 헝가리, 그리스, 스위스, 터키, 일본,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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