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없는 농업시스템 등 '6R 원칙' 촉구
토양에 스며드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해양 미세플라스틱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인류의 건강과 직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식량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농업용 플라스틱 및 지속가능성 평가: 대응촉구' 보고서에 따르면, 토양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보다 심각하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수백만톤에 달하는 농업용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농업과 관련된 부분에서 매년 1250만톤의 플라스틱과 3730만톤의 식품 포장재 등 5000만톤에 이르는 폐기물이 배출된다. 플라스틱은 사일리지(밀폐된 용기에 담거나 포장해 유산발효를 시킨 저장사료), 어구, 포장재, 관개 수로 등 농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일회용이고, 사용기한이 끝나면 매립·소각되고 있어서 환경에 치명적이다.
실제로 2015년 이래 63억톤 가량의 플라스틱이 생산됐지만, 이 가운데 80%가 폐기시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독성 첨가제를 함유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분해되면서 인근 야생동물들의 먹이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리아 헬레나 세메도 FAO 부국장은 "토양은 농업용 플라스틱의 주된 수용체이며 해양환경보다 더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 내에 축적되면서 식량안보, 식량안전 그리고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한다"고 밝혔다.
2017년 기준 한국이 농업부문에서 약 32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했고, 아시아가 전세계 농업용 플라스틱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 2030년에 이르면 비닐하우스, 수분관리 및 냉해예방용 비닐, 사일리지 등 농업용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지금의 50%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세메도 부국장은 "농업용 플라스틱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앞으로 환경으로 스며드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당장 실행가능한 대안은 없어 플라스틱을 완전히 금지할 수는 없지만 '6R 원칙'(거부, 재설계, 감축, 재사용, 재활용, 회수)을 기반으로 △플라스틱 사용없는 농업시스템 구축 △기존 플라스틱 제품을 천연 및 생분해성 제품으로 대체 △재사용·재활용 시설개선 등을 제안했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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