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틴베스트는 등급 하향...KCGS는 오히려 '상향'
# 건설·건축자재 기업인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콘크리트 파일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17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회사는 동종업체들과 2008년부터 10여년간 가격인상을 합의하고, 생산량과 출하량 등의 정보도 공유했다. 건설사 입찰에서 순번을 정해 물량을 나누기도 했다.
# 시멘트 기업인 한일시멘트는 지난 7월 공주 공장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경찰 조사결과 원청업체인 한일시멘트 소속 안전관리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한일시멘트는 고용노동부 조사까지 받았다.
두 건 모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면에서 본다면 사회부문에 리스크다. 시장경제를 혼란케 하는 '담합' 그리고 직원의 '안전' 문제이기 때문이다. ESG 평가에서도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SG평가업체인 서스틴베스트가 지난 17일 발표한 '2021 하반기 상장기업 ESG 평가결과'에서 두 회사 모두 등급이 기존 'C'에서 'D'로 한단계 하락했다. 서스틴베스트는 "ESG관련 사건과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리스크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점수를 차감한다"며 "두 회사는 각각 근로자 사망 사건, 담합이라는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어 등급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내 다른 ESG평가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는 어떨까.
우선 지난해 'B' 등급이던 한일시멘트는 올해 평가에서 'B+' 등급으로 한단계 올랐다. 관련 이슈와 관계된 사회부문 등급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B+'를 유지했다. 아이에스동서 역시 'B'에서 'B+'로 올랐다. 사회부문 등급도 지난해 'B'에서 올해 'B+'로 한계단 상승했다.
이에 대해 기업지배구조원 담당자는 "다양한 항목을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에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고 등급이 좌우된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또 사건이 발생하는 즉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건의 반복성이나 심각성 등을 시간을 두고 평가한 후 점수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직원이 사망하는 인명사고가 발생한 회사, 시장경제 체제에서 중대범죄인 담합을 저지른 회사의 평가 점수가 오히려 올라갔다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ESG 담당 임원은 "평가기관마다 기준이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사업장 안전과 투명한 시장 경쟁은 모든 기업들이 ESG경영을 할 때 중요시하는 것들로 관련 사고가 있음에도 등급이 오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의아해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들이 ESG 평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특히 갈수록 ESG 평가가 투자나 소비 등에서 비중을 키워가고 있는데 이같은 문제는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혼선, 나아가서는 ESG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아직 국내에는 상장사들에 대한 ESG 정보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에 (2025년부터 일정규모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순차적 의무화 예정), 평가 기관의 등급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크다. 그런만큼 보다 투명한 평가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평가기준 표준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표준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획일화된 표준이 만들어진다면 기업들은 그것에만 짜맞추려 할 것"이라며 "또 많은 업종, 많은 기업들이 각각에 맞는 형태로 ESG경영을 해야 하고, 그것을 다양하게 보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