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평가' 왜 이래?...직원사망·담합한 기업이 '등급상향'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2 08:05:01
  • -
  • +
  • 인쇄
한일시멘트 '직원 사망'-아이에스동서 '담합' 했는데
서스틴베스트는 등급 하향...KCGS는 오히려 '상향'

# 건설·건축자재 기업인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콘크리트 파일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17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회사는 동종업체들과 2008년부터 10여년간 가격인상을 합의하고, 생산량과 출하량 등의 정보도 공유했다. 건설사 입찰에서 순번을 정해 물량을 나누기도 했다.

# 시멘트 기업인 한일시멘트는 지난 7월 공주 공장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경찰 조사결과 원청업체인 한일시멘트 소속 안전관리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한일시멘트는 고용노동부 조사까지 받았다.

두 건 모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면에서 본다면 사회부문에 리스크다. 시장경제를 혼란케 하는 '담합' 그리고 직원의 '안전' 문제이기 때문이다. ESG 평가에서도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SG평가업체인 서스틴베스트가 지난 17일 발표한 '2021 하반기 상장기업 ESG 평가결과'에서 두 회사 모두 등급이 기존 'C'에서 'D'로 한단계 하락했다. 서스틴베스트는 "ESG관련 사건과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리스크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점수를 차감한다"며 "두 회사는 각각 근로자 사망 사건, 담합이라는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어 등급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내 다른 ESG평가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는 어떨까.

우선 지난해 'B' 등급이던 한일시멘트는 올해 평가에서 'B+' 등급으로 한단계 올랐다. 관련 이슈와 관계된 사회부문 등급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B+'를 유지했다. 아이에스동서 역시 'B'에서 'B+'로 올랐다. 사회부문 등급도 지난해 'B'에서 올해 'B+'로 한계단 상승했다.

이에 대해 기업지배구조원 담당자는 "다양한 항목을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에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고 등급이 좌우된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또 사건이 발생하는 즉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건의 반복성이나 심각성 등을 시간을 두고 평가한 후 점수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직원이 사망하는 인명사고가 발생한 회사, 시장경제 체제에서 중대범죄인 담합을 저지른 회사의 평가 점수가 오히려 올라갔다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ESG 담당 임원은 "평가기관마다 기준이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사업장 안전과 투명한 시장 경쟁은 모든 기업들이 ESG경영을 할 때 중요시하는 것들로 관련 사고가 있음에도 등급이 오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의아해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들이 ESG 평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특히 갈수록 ESG 평가가 투자나 소비 등에서 비중을 키워가고 있는데 이같은 문제는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혼선, 나아가서는 ESG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아직 국내에는 상장사들에 대한 ESG 정보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에 (2025년부터 일정규모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순차적 의무화 예정), 평가 기관의 등급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크다. 그런만큼 보다 투명한 평가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평가기준 표준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표준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획일화된 표준이 만들어진다면 기업들은 그것에만 짜맞추려 할 것"이라며 "또 많은 업종, 많은 기업들이 각각에 맞는 형태로 ESG경영을 해야 하고, 그것을 다양하게 보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