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의 외교책임자였던 '남파 박찬익'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11-13 08:00:04
  • -
  • +
  • 인쇄
[독립운동가 이야기] 일제강점되자 만주로 망명
38인과 무오독립선언 주도...대중국 외교 전담
▲남파 박찬익 선생

1884년 파주에서 출생한 남파(南坡) 박찬익 선생은 1904년 관립상공학교에 재학중 국권회복을 모의하다 발각돼 퇴학당했다. 이후 1907년에 조직된 비밀결사대 신민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박호원과 서부지방을 순례하면서 교육운동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야학을 조직했다. 그뒤 1908년 4월 다시 관립공업전습소에 입학해 1910년에 졸업했다. 이때 나라를 일제에 강점당하자 1911년 2월 만주 용정으로 망명했다.

연길에서 간민교육회를 조직해 부회장을 지내면서 백포 서일과 함께 대종교 항일무장단체인 중광단을 조직했다. 1918년 11월에는 만주 길림에서 김교헌·김동삼·이동녕 등 38인의 동지와 함께 '무오독립선언'을 발표했다. 3.1운동이 일어나자 상해로 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해 임시의정원 의원에 선출됐다. 같은 해 4월 23일 서울의 국민대회에서 한성 임시정부가 조직됐을 때는 평정관에 선출됐다. 1921년 3월 임시정부 후원회를 조직했고, 7월에는 임시정부 외무부 외무차장대리로 외교임무를 실질적으로 전담했으며 주로 대중국 외교에 주력했다. 특히 중국 국민당의 손문이 광동에 중국호법정부를 수립하자 임시정부를 승인받는 데 기여했으며, 1922년 2윌에는 광동에 주재해 헌법정부와의 외교를 전담하기도 했다.

1926년 9월 31일 침체돼 있던 대종교 교도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윤세복·정일우· 등과 귀일당(歸一黨)을 조직했다. 1929년에는 한국독립당 조직에 참여하고, 1930년 10월 중국 국민당 제4차 중앙집행위원회에 임시정부 대표인 조소앙과 함께 한국독립당 대표로 참가했다. 1932년 5월 윤봉길의 홍구공원 의거 후 임시정부를 훈흥(焄興)으로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중국정부와 교섭해 많은 지원을 받았다. 1932년 6월에는 다시 상해로 잠입해 일제 앞잡이 옥관빈과 상해 한인친우회 위원장으로 일경의 밀정 노릇을 하던 유인발 등을 처단하는 계획에 참여했다.

1934년에는 한국국민당과 결별했다가 1938년 7월 이시영·이동녕의 주선으로 다시 김구와 손잡고 임시정부와 한국국민당의 일을 보게 됐다. 1939년에는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하다가 1940년 임정이 중경으로 옮긴 뒤에는 법무부장 겸 국무위원으로 임명돼 광복시까지 임시정부의 중책을 역임했다. 한편 1942년 10월에는 한중문화협회의 한국측 이사로 선임돼 한·중 친선에 기여했으며, 1943년 5월에는 김구·홍진·유동설·이청천 등과 함께 한국독립당의 중앙집행위원에 선출됐다.

"나는 평생을 두고 내가 한 일을 남에게 알리려 하지 않았고 또한 알아주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난 감투를 쓰고 싶다거나 출세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을 전혀 가져보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무엇이든지 할 뿐이었지. 나는 기둥이나 대들보라기보다는 남의 눈에 띄지는 않지만 또한 그것이 없으면 제대로 서기 어려운 주춧돌이 되고 싶었다. 내 나라, 내 겨레를 위하는 일인데 그걸 누구에게 알리겠느냐, 또한 알아주기를 바라겠느냐. 주춧돌이 되겠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었다. 그러니 내가 죽거든 요란스럽게 떠들지 말고 조용히 아버님이 계신 망우리에 묻어 주려무나."

만주로 망명하기 한달전인 1911년 정월 대종교의 지교가 된 박찬익 선생은 1915년 봄에 대종교의 상교가 된다. 그러자 그는 그해 가을에 길림·북경·노령 등에 대종교 총본사 지회를 설립했다. 그해 11월 중국에서 대종교의 포교 금지령이 내려지자 그는 해금 교섭도 진행했다. 그는 망명 직후부터 단군의 위패나 영정을 모신 경배식에 참여하고 또 이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후 상해를 중심으로 신규식과 동제사를 결성하는 등 독립운동을 펼쳤다. 1917년 가을에 그는 신규식과 상의 끝에 국내로 잠입을 결행했다. 목적은 개화파의 한 사람이었던 박영효를 독립운동에 끌어들이려는 것이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42년 중경에서 좌측 김병호, 가운데 백범 김구, 우측 남파 박찬익

그는 1945년 광복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상해에서 환국할 때, 중국 일대에 거주하고 있던 우리 동포들의 안전과 권익을 대표하기 위해 중국에 주재했던 주화대표단의 단장으로 활약했다. 지금으로 치면 주중 한국대사관 대사 정도였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박정일·박창익·박순 등의 여러 이름을 사용했으며,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임시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전담했다. 광복을 맞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다툼으로 앞날은 혼미했다. 죽은 후 이봉창·윤봉길 등을 모신 효창공원의 독립운동가 묘지에 묻힐 것도 죄스러워했고 조용히 망우리에 묻히기를 바랐다.

대종교 대종사 홍암 나철은 조천하기 1년전에 남파 박찬익을 불러 자신이 들려주는 시를 꼭 외워두라고 당부했다. 당시 남파는 그 뜻을 해석하지 못했고 해방 후 대종교가 환국 후 대종교 원로들에게 싯구를 알려주었다. 그 뜻을 알게 된 후 남파는 크게 놀랐다고 전해진다.


鳥鷄七七 日落東天 (조계칠칠 일락동천) : 을유년 8월15일에 일본이 패망하고
黑狼紅猿 分邦南北 (흑랑홍원 분방남북): 소련과 미국이 나라를 남북으로 분단하도다.
狼道猿敎 滅土破國 (낭도원교 멸토파국): 공산주의와 외래종교가 민족과 국가를 망치고
赤靑兩陽 焚蕩世界 (적청양양 분탕세계​): 공산·자유의 극한대립이 세계를 파멸할지나
天山白陽 旭日昇天 (천산백양 욱일승천​) : 마침내 백두산의 밝달도가 하늘 높이 떠올라
食飮赤靑 弘益理化 (식음적청 홍익이화) : 공산·자유의 대립 파멸을 막고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이루리라.
   
-홍암 나철 대종사 예언시(1915년)​


박찬익 선생은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받았다. 이후 1993년 11월 19일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