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4년새 태양광 5배 증가...중동發 에너지 위기 완충 역할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9 08: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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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언스플래시)

한때 걸핏하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던 파키스탄이 태양광 발전이 급증하면서 중동 전쟁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 한때 폭염과 가스 부족까지 겹치며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정전이 반복됐다.

이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옥상 태양광 발전이었다.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과 함께 잉여 전력을 전력망에 판매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도입되면서 가정과 기업이 직접 발전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분산형 태양광이 도입된 것이다.

그 결과, 영국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태양광 발전 비중은 2021년 말에 비해 2025년 말까지 5배 이상 증가했다. 2024년 기준 전체 전력의 약 20%를 태양광이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에너지 싱크탱크 '리뉴어블스 퍼스트'의 나비야 임란 연구원은 "한번 투자로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고 불안정한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태양광이 빠르게 확산됐다"고 17일(현지시간) 가디언을 통해 밝혔다.

파키스탄의 이같은 사례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가스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많은 국가들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위기에 직면했지만, 파키스탄은 전력 부문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임란 연구원은 "분산형 태양광 확대가 없었다면 훨씬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었을 것"이라며 "태양광이 에너지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태양광이 늘어나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수입도 줄었다. 리뉴어블스 퍼스트와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 분석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2026년 2월 기준 태양광 확대를 통해 약 120억달러(약 16조원)의 석유·가스 수입을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낮 시간대 전력 수요를 태양광이 충당하면서 가스발전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 LNG는 현재 전체 전력의 약 20%를 차지하지만, 주로 저녁 피크 수요 대응에 활용되는 수준으로 축소됐다.

물론 파키스탄은 여전히 경제의 9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사례가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자립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하니아 이사드 연구원은 "분산형 태양광은 가스 공급 위기를 막아준 구원투수"라며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배터리 저장장치 확대, 전력망 개선, 전기차 보급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 전력을 저장해 야간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화석연료 의존을 더욱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전략 전환을 촉진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도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 확대를 통해 화석연료 수입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기후대응만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의 핵심수단이 됐다"며 "파키스탄 사례는 화석연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 경로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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