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계열 상장사의 절반 정도가 설치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ESG위원회가 의사결정을 하기보다 IR활동에 국한돼 실적과 계획을 보고하는 수준에 그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30일 대신경제연구소의 '10대그룹, 이사회 내 위원회의 형식적 설치 및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10대그룹 상장사 106곳 중 47.2%인 50개사가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들 ESG위원회의 안건을 보면 의결 5건, 보고 42건이다. 의사결정기구라기보다 대부분 IR 활동에 국한해 실적과 계획을 보고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중 23개사는 올해 ESG위원회를 신설해 활동내역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전체의 58.5%인 62개사였다. 이 중 29곳은 위원회 의결 안건을 이사회에서 재의결하는, 즉 최종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위원회로 조사됐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은 상장사 16개 중 ESG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은 5개였다. 현대차는 12개 상장사 중 9개, SK는 20개 상장사 중 10개에 ESG위원회가 있다. LG는 13개 중 2개, 롯데는 10개 중 8개로 나타났다. 이밖에 한화가 7개 중 2개, GS가 7개 중 1개였고, 현대중공업은 6개 상장사 모두 ESG위원회를 갖추고 있다. 신세계는 7개 중 4개, GJ는 8개 중 3개였다.
대신경제연구소는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의 설치보다 위원회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지 검토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남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팀장은 "위원회가 설치돼 있다는 '존재' 자체보다 해당 위원회의 구성현황, 안건 상정 범위, 안건 내용, 승인 권한 등 '기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나 위원회의 안건을 세부내용까지 공개해야 할다는 필요성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62개 중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곳이 35개사로 절반 이상이다.
아울러 위원회 의결사항을 이사회에서 재의결하는 것을 제한해 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 재의결 기능을 제한하면 기업들의 진정성있는 위원회 설립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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