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대로 '국제법인세'가 25% 세율로 적용했을 경우 유럽연합(EU)에서만 1700억유로(약 230조원) 규모의 세수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U가 탈세 및 비과세를 감시하기 위해 신설한 유럽조세관측소(EU Tax Observatory)가 1일(현지시간) 공개한 '다국적 기업 세금 결손 징수 모의실험'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법인세 최저세율 25%로 다국적 기업의 수익에 부과했을 때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현재 주요 20개국 협의체(G20)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총 140여개국은 '국제법인세 최저세율'을 놓고 협의중이다. 오는 7월 최저세율에 합의할 경우, 애플처럼 본사를 조세회피국가에 설립한 다국적 기업들은 모국에 세금을 추가 징수당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내 법인세 최저세율을 25%로 책정했고, 미국 재무부가 국제법인세 최저세율 21%를 OECD에 제안했지만 몇몇 국가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최저세율 '15% 이상'을 강하게 주장했고,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제법인세 최저세율이 15%로 책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최저세율이 25%로 결정될 경우, EU에서만 1700억유로의 세수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는 현재 EU의 보건·의료 예산의 12%에 해당한다.
일례로 독일 기업이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수익의 10%를 싱가포르 정부에 납부했다고 해도, 독일 정부는 이 기업으로부터 추가로 15%의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기업은 25%의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최저세율이 21%로 결정된다면 EU에서 발생하는 추가 세수는 1000억유로(약 140조원) 규모다. 주요 7개국 협의체(G7) 잠정 협의안인 15%로 결정될 경우 EU의 추가 세수 규모는 500억유로 이하가 된다.
만약 EU만 국제법인세 최저세율 25%를 적용할 경우 EU 내에서는 2000억유로(약 270조원)의 세수가 추가로 발생한다. 일례로 비(非) EU 국가인 영국 기업이 EU 국가인 독일에서 전체 수익의 20%를 벌어들인다면, 독일 정부는 이 20% 수익에 대한 세금을 국제법인세 최저세율에 맞춰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은 독일 기업이 영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국제법인세율에 따라 징수할 수 없다. EU 입장에서는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유럽조세관측소는 보고서를 통해 '퍼스트 무버'(first-mover) 시나리오, 즉 국제법인세 최저세율을 먼저 도입한 선도자에게 어떤 인센티브가 주어지는지도 소개했다. 만약 독일이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국제법인세 최저세율을 시행한다면 다른 나라가 함께 참여하기 전까지 독일은 자국 내 다국적 기업과 독일을 모국으로 둔 해외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금을 독점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퍼스트 무버' 국가가 법인세의 약 70%까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인센티브는 각국이 앞다퉈 국제법인세 최저세율을 도입하고 그 수치를 높게 책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조세관측소가 제공한 모듈에 따르면 국내 법인세율이 OECD 회원국 37개국 가운데 10번째로 높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국제법인세 최저세율이 25%에 합의될 경우 8조5000억원, 21%로 합의될 때 2조원의 세수가 추가로 발생한다. 15%로 합의되는 경우 추가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세금은 없다.
가브리엘 주크만(Gabriel Zucman) 유럽조세관측소장은 "국제법인세 최저세율 25%는 EU 국내총생산량(GDP)의 1.2%에 해당하는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것만으로 코로나19로 발생한 비용을 대처하긴 힘들겠지만 팬데믹 위기 이후 공공기금을 설계할 때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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