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한국에 세금 안내는 구글 주머니 채워주기 될수도
발단은 지난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윤영찬, 이영 등 일부 여야 의원들이 구글 이슈에 이통사 등의 동반 책임론을 제기했다. 휴대폰 제조사와 이통사가 구글의 앱을 선탑재하고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구글코리아가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구글 앱 수수료 30% 중 통신과금 방식으로 최대 절반이 이통사에게 간다"며 이통사 책임론을 제기했다. 콘텐츠 제공자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등에 앱을 올릴 때 구글에게 내는 이른바 '구글 통행료' 중 절반을 이통사가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나오자 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은 "구글의 과도한 수수료를 나눠 먹는 방식으로 콘텐츠 업계의 부담을 늘린 이통사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팩트체크'도 안한 '이통사 짬짜미 주장' 알고보니...
하지만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이 내용은 '팩트체크'가 되지 않은 부풀리기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통사가 구글로부터 받는 것은 사용자가 해당 앱에 대한 비용의 결제를 휴대폰 과금 방식으로 결제하는 것에 대해서다. 그것도 이통사별, 그리고 앱의 카테고리 등에 따라 비율이 다르다.
예를 들어 A업체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1억원의 매출이 발생해 해당 업체가 구글에 3000만원의 통행료를 지불했다고 하자. 이 경우 이통사가 구글로부터 절반인 1500만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통사가 구글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매출 1억원 중 휴대폰 과금 방식으로 결제한 것에 국한된다. 만약 전체 매출 1억원 중 휴대폰 과금 규모가 10%(2019년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콘텐츠 중 약 10%가 휴대폰 과금 결제방식으로 이용)라면 이통사가 받을 수수료의 대상이 되는 매출은 1000만원이 된다. 1000만원에 대해 구글이 받는 통행료는 300만원이고, 정치권 주장대로 이통사가 절반을 가져간다고 해도 150만원이다.
이같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일부 의원들은 마치 이통사가 콘텐츠 업체의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매출 중 15%를 독식하는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에서 자신들에게 쏠리는 화살을 분산하기 위해 '침소봉대' 형태로 자료를 제출하고 이를 정치권에서 팩트체크 한번 하지 않고 자극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글의 여론전환 플레이에 정치권이 맞장구를 쳐 준 셈인데, 상대편에 있는 이통사 등에게 한번만이라도 확인을 해 봤더라도…"라고 씁쓸해 했다.
◆이통사 몫 줄여도 이익은 세금 안내는 구글에게
정치권이 하나 더 간과한 것은 과연 이통사들이 국내 콘텐츠 업계를 위해 정당한 결제 수수료를 포기한다고 해서 콘텐츠 업계의 부담이 덜어질 것이냐는 것이다.
이는 구글의 글로벌 수수료 정책과 관계되는 사안이다. 구글은 지난달말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를 모든 앱에 강제화하고 수수료를 30% 받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논란도 정치권에서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콘텐츠 업체들의 부담을 늘리려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구글은 국감장에서도 이 정책에 대해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는 정치권이 추진 중인 이른바 '구글 독점 방지법안'과 관련 "전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법이 통과된 적은 없다"며 "이런 식으로 법안이 진행된다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어떻게든 본인들의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수수료 30%와 인앱결제는 전세계에서 진행중인 구글의 정책이므로 한국에서만 차이를 두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이통사가 수수료를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구글은 콘텐츠 업체들에게 30%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통사가 결제 수수료를 낮추거나 포기하더라도 그 금액은 콘텐츠 업계가 아닌 구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과 콘텐츠 업체들과의 계약은 구글의 글로벌 정책에 따른 그들만의 계약"이라며 "이통사와의 결제수수료 계약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특히 구글코리아의 경우 사업실적과 관련된 내용은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매출 대부분이 싱가포르 법인에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있는 법인에 매출을 올려 세금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으로 구글 독점 문제가 국내 업체간 다툼이 되는 이상한 구도가 돼버렸다"며 "자칫하면 한국에 세금도 내지 않는 구글의 배만 더 채워주는 꼴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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