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의 변심...가까스로 합의한 '해운 탄소세' 무산되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2-27 1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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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언스플래시)

도입이 1년 연기됐던 선박의 '해운 탄소세'가 미국의 압박에 의해 완전히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핵심 해운국인 파나마가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해운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세계 합의가 흔들릴 판이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파나마는 라이베리아·아르헨티나와 함께 해운 탄소세(carbon levy) 규제를 재협상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국제해사기구(IMO)에 제출했다. 이는 해운 탄소세 도입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여서, 수년간 이어진 국제합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업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탈탄소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비중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IMO는 2023년 국제 해운 탈탄소 로드맵을 채택했고, 2024년 4월 총회에서 국제사회는 선박의 탄소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해운 탄소세는 선박과 화물에 소액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연간 수십억달러씩 조성되는 기후재원을 개발도상국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러나 미국이 해운 탄소세 지지국들을 상대로 전화·이메일·공개 발언 등을 통해 압박을 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이를 "전례없는 괴롭힘"이자 "노골적인 협박"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결국 지난해 10월 후속 회의에서 다수 국가가 입장을 바꾸거나 기권하면서 탄소세 도입이 1년 유예됐다.

특히 파나마는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5%가 통과하는 파나마 운하를 보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 대해 강경 발언을 이어온 상황에서, 파나마 정부가 미국의 외교·정치적 압박에 취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제안에는 세계 최대 선박 등록국 중 하나인 라이베리아와 주요 항만을 운영하는 아르헨티나도 동참했다. 그리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에너지·통신 케이블 협력을 추진하며 탄소세 반대 입장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키프로스 역시 지지를 철회했다. 기후대응에 적극적이던 마셜제도도 IMO 내 기후공약 강화안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파나마 등 일부 국가가 제출한 새 제안이 통과될 경우 해운 탄소세는 사실상 사라지고, 개도국을 지원할 기후재원도 함께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청정해운연합(Clean Shipping Coalition)의 존 매그스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탄소세는 IMO와 해운업계가 기후·환경 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틀"이라며 "이번 제안은 기존 약속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IMO는 오는 4월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총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최종 결정은 10월에 내려질 전망이다. IMO 대변인은 "회원국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며 "국제 해운 탈탄소 경로에 대한 공감대를 찾기 위해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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