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에 녹는 메모리 소자가 개발되면서 전자기기 사용 증가에 따른 전자폐기물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극한물성소재연구센터 조상호 박사와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주용호 박사팀은 고성능 정보 저장 기능을 갖추면서도 물에 담그면 수일 내 완전히 분해되는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개발된 소재는 체내 삽입이 가능한 수준의 생체 적합성과 안정성을 갖췄으며, 보호층의 두께 등을 조정해 분해가 시작되는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 보호층이 사라진 후 약 3일이 지나면 물속에서 잔류물 없이 자연분해된다.
기존에도 물에 녹는 전자소자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보 저장 기능이 없거나 성능이 낮고, 반복적인 물리 변형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정보 저장이 가능한 기능성 분자인 유기화합물(TEMPO)을 기반으로 생분해성 고분자인 폴리카프로락톤(PCL)과 결합한 새로운 분자 구조(PCL-TEMPO)를 설계했다. 이 구조는 하나의 분자 내에서 전기적 신호 저장과 자연 분해 기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이 소재로 제작된 메모리 소자는 켜짐(ON)과 꺼짐(OFF) 상태를 100만배 이상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우수한 신호 구분 성능을 보였으며, 데이터를 최소 1만초 이상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었다. 또 250회 이상 구동하거나 3000회 이상 반복 구부림에도 성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유기 전자소자 가운데서도 매우 뛰어난 내구성과 성능을 동시에 갖춘 사례다.
이번 기술은 생체 삽입형 의료기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회용 헬스케어 모니터링 기기, 수술 후 자연 분해되는 이식형 센서, 친환경 정보 저장 장치, 일회용 군사 정찰기기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특히 체내 삽입 후 제거 수술 없이 소멸되는 특성은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의료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전자폐기물 저감이라는 환경문제 해결뿐 아니라, 탄소중립 실현도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조상호 박사는 "이번 성과가 고성능 유기 메모리 소자에 물리적 소멸 기능을 통합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기술적 의미가 크다"며 "향후에는 자가 치유 기능, 광반응 기능 등을 결합한 '지능형 소멸 전자소자'로 발전시켜 차세대 생체 전자기기와 친환경 디바이스의 실용화를 앞당길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 에디션'(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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