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의 대(對)중 관세 발효 전 대대적인 '밀어내기 수출'로 미래 실적을 끌어온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할 2분기부터 타격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31조8758억위안(약 6187조원)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시장 전망치는 5.2%로 이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중국의 3월 산업생산도 전년 대비 7.7% 늘어나며 시장 컨센서스를 대폭 상회했다. 1~2월 5.9% 성장에 비해 성장폭이 2%포인트(p)에 달한 것이다. 1~3월 누적 고정자산투자 역시 지난해보다 4.2% 늘어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성라이윈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달성한 1분기 5.4% GDP 성장률은 세계 주요 경제국 가운데 단연 상위권에 속하는 숫자"라며 "내수와 혁신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새로운 경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하며 중국 경제의 성취를 자찬했다.
다만 이번 성장은 관세 발효 이전에 발빠르게 미국으로의 수출물량을 늘린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관련 문제로 중국에 20%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 2일부터는 상호관세도 부과하기 시작했다. 처음 34%였던 대중 상호관세는 중국의 보복관세 조치에 따라 급격히 오르면서 총 125%까지 상승했다. 총 145% 관세가 추가돼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평균 관세율이 167%에 달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에서 제품들이 미국 시장으로 수출돼 재고로 적재됐다가 판매되는데 2~3개월의 시차가 있어 본격적인 관세 영향이 나오는 건 2~3분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초 부과된 20% 관세는 4~5월부터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 내에서 생산량과 수출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앞서 14일 발표된 중국의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4% 늘었다. 관세 발효 이전에 미국으로 수출물량을 늘렸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1분기 실적이 미래 실적을 당겨쓴 결과라는 반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관세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관세 전쟁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는 "트럼프 관세폭탄으로 중국 경제 성장 둔화가 예상되며 이 여파는 상당히 길게 작용할 것"이라며 "연초에 반짝 성장 후 2분기부터 꺾이는 이른바 '서머 블루'(우울한 여름)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우선 내수 시장 활성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등 아세안 국가들과 유럽연합(EU) 등과 연계해 무역 대상을 확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부터 오는 18일까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캄보디아를 국빈방문 중이며,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40%대 관세를 폐기하고 최저가격제를 도입하는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EU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등 외교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경제 상황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미중 양국 중 누가 상대적으로 덜 우울한 여름을 보내느냐에 따라 관세 전쟁의 종착점이 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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