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물 순환체계가 지구온난화로 '대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온난화는 물의 순환 방식을 바꾸면서 폭풍과 홍수, 가뭄 등 기상재해가 급증하고 있고, 이는 지구 생태계와 수십억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버트 반 다이크 교수가 이끈 국제연구팀은 6일(현지시간) 지난해 물 재해로 최소 8700명이 사망하고 40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550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2024년 글로벌 수질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천개의 지상관측소와 위성데이터를 활용해 강우량과 토양수분, 강물 흐름 및 홍수 등 주요 물 변수를 평가해보니, 주기적으로 강우량 기록이 깨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24년 월 강우량 최고치는 2000년보다 27% 더 자주 기록됐고, 일 강우량은 52% 더 잦았다. 최저기록도 38% 증가했다. 최고기록과 최저기록 모두 증가하면서 물 자원의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기온이 오르면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돼 더 강한 폭우로 이어진다. 뜨거워진 바닷물은 허리케인과 태풍을 키운다. 지난해 네팔과 브라질에 발생한 돌발홍수, 중부 유럽과 중국, 방글라데시 홍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슈퍼태풍 '야기', 유럽을 강타한 열대성저기압 '보리스'도 기후위기로 인해 규모가 커진 경우다.
중국 남부에서는 5월~7월까지 양쯔강과 진주강이 도시와 마을을 침수시켜 수만명의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수억달러의 농작물 피해를 입혔다. 8월 방글라데시에서는 폭우로 인한 홍수로 약 600만명이 피해를 입었고 최소 100만톤의 쌀이 쓸려나갔다.
10월 스페인에서는 8시간동안 500mm 이상의 비가 내렸고, 5월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 시는 불과 3일만에 2개월치의 비가 쏟아져 도로가 강으로 변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도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1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50만명이 이주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돌발홍수'나 '기습폭우'가 발생했다.
가뭄도 증가했다. 기후변화가 토양의 수분을 더 많이 증발시켜 강우 패턴을 변화시킨 결과다.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가뭄에 작물 생산이 절반으로 줄어 3000만명 이상이 식량부족에 직면했다. 목초지가 말라붙어 농부들은 가축을 살처분했고, 수력발전댐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대규모 정전피해가 발생했다. 아마존도 덥고 건조해지면서 9월 산불 피해 면적만 5만2000㎢를 넘었다.
보고서는 2025년에도 탄소배출량 증가로 기상이변이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2025년 남미 북부, 아프리카 남부, 아시아 일부지역에서 가뭄이 더 심해지고, 사헬과 유럽 등 습한 지역은 홍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 다이크 교수는 "2024년 가장 더운 해를 경험하면서 전세계 수자원 시스템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앞으로 더 심각해질 상황에 대비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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