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침투한 조류독감...수십종 희귀동물 폐사 위기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12-20 13: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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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에 투과된 조류 인플루엔자 H5N1 바이러스 (사진=AFP 연합뉴스)

조류독감이 동물원까지 침투하면서 사자, 호랑이, 치타 등 수십종의 희귀동물이 죽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이 멸종위기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피닉스에 위치한 '야생동물세계 동물원'에서는 치타, 퓨마, 줄기러기, 쿠카부라(웃는물총새)를 비롯한 동물들이 폐사했고,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은 부지에서 죽은 채 발견된 야생 붉은어깨말똥가리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V) 양성반응을 보이자 조류 구역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등 조류독감으로 인해 동물이 폐사하는 동물원이 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시애틀의 우드랜드파크동물원에서도 희귀한 붉은가슴기러기가 죽으면서 조류 구역이 폐쇄됐다. 이에 11월에 방문객 대상 펭귄 먹이주기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이는 올여름 베트남 남부 전역의 동물원에서 호랑이 47마리, 사자 3마리, 표범 1마리가 죽은 데 이어 발생했다. 루이지애나, 미주리, 캔자스를 포함한 미국의 다른 주에서도 철새철 거위와 물새를 중심으로 조류독감 사례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감염된 야생조류가 동물원에 들어오면 바이러스가 동물원에서 사용하는 동물 사이에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감염된 야생 새가 울타리 안팎으로 날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물원은 일반적으로 동물 밀도가 높고 야생동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바이러스 노출에 취약하다.

동물원 내 조류독감 감염은 이전부터 경고된 바 있다. 2020년 한 변종이 퍼지기 시작해 2023년말 남극에 도달하기까지 전세계 전역에서 수백만 마리의 야생동물을 죽였다. 과학자들은 변종 조류독감이 영장류, 설치류, 돼지, 토끼 등을 죽일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벵갈호랑이와 구름표범이 조류독감에 죽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조류독감은 인간까지 감염시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처음으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에 걸린 중증 환자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는 H5N1 확산에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미국에서 보고된 인간 감염 사례 61건 중 34건이 발생했다. 주의 1300개 농장 중 거의 절반이 영향을 받았고, 이번 달에만 농장 노동자 2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람이 H5N1에 감염된 사례는 올해 전세계에서 76건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동물원이 조류독감 위험성에 대비해 방역·위생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드 허친슨 영국 글래스고대학 바이러스학자는 "동물원 측이 야생 조류의 우리 접근을 제한하는 등 조류독감 위험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너 뱀포드 영국 퀸스대학 벨파스트의 바이러스학자도 "포유류의 조류독감 감염은 동물원에서 보호받는 멸종위기 종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동물원 생물 보안을 강화하거나 백신을 접종하는 등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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