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④] '초콜릿·커피' 생산량 늘어도 가격 내려가지 않는 이유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1-30 1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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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밥상물가를 흔든다?]<3편>
생산가는 '찔끔' 오르는데 소비자가 '급등'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작물의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 가격인상이 오롯이 기후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기후위기가 밥상물가와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데이터분석과 현장취재를 통해 사실여부를 검증해보고자 한다. [본 기획물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 기금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팩트체크③] 인니와 베트남 농가의 절규..."기후변화 피해는 우리몫"'에서 이어집니다.



기후변화가 농산물 가격변동의 요인이긴 하지만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으로 인상시키는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현지의 농가들을 통해 확인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밥상물가를 올리고 있는 것일까.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들면 이는 즉각 가격에 반영된다. 이를 우리는 '기후플레이션'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기후변화가 밥상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기후플레이션'의 주체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유통업체들이었다. 줄어든 생산량에 비해 과도하게 가격이 치솟는다거나 생산량이 회복됐는데도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현상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초콜릿, 커피, 올리브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격변동은 이상기후에서 출발한 것은 분명했지만 가격을 폭등시킨 힘은 생산현장이 아니라 유통구조였다.

◇ 생산지 가격은 조금 올랐는데 소비자가는 폭등

2024년 여름, 우리나라 배추 주산지에서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배추 생육이 아주 나빠졌다. 배추 생산물량이 크게 줄면서 당시 산지에서 배추 1포기 가격은 1300~1400원으로 거래됐다. 1포기당 1000원 안팎이던 배추가 300~400원 오른 것이다. 수확 물량이 줄었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배추가격이 올라도 남는 게 없었다. 

산지에서 1포기 1300~1400원에 판매된 배추는 도매와 소매 등의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껑충껑충 뛰었다. 농산물 도매가가 결정되는 가락시장에서 이 시기에 배추 판매가는 1포기(2.5kg) 2500~4000원선이었다. 이후 마트에서 판매된 배추 1포기 가격은 3000~6000원이었다. 배추 공급이 딸렸을 때는 1포기 7000원까지 올랐다. 산지 가격은 300~400원 올랐는데 소비자는 이보다 몇 배 더 비싸게 사야 했다. 배추 생산량이 회복된 이후에도 가격은 내리지 않았다. 도매시장에서 배추 공급량은 늘었지만 소비자 가격은 여전히 비쌌다. 시장원리가 즉각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2022년과 2024년 배추 가격 비교 newstree@

배추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2022년과 배추 가격이 크게 요동쳤던 2024년을 비교하면, 가격이 어디에서 어떻게 벌어졌는지가 분명해진다.

2022년에는 생산자·도매·유통·소비자 단계별 가격 차이가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2024년에는 생산자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인 데 비해 도매와 유통과정에서 가격 상승폭이 확대됐고, 최종 소비자가에서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기후영향으로 생산단계에서 가격변동이 시작됐지만, 가격 상승폭이 누적된 지점은 유통과정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손보달 씨는 "우리가 1포기 1500원에 팔았던 배추를 소비자가 6000원에 산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소비자가 낸 돈이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평택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손보달씨 ©newstree

◇ 한번 인상된 초콜릿·커피·올리브 가격은 '요지부동'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초콜릿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내 초콜릿 가격은 2023년부터 수차례 걸쳐 인상됐다. 주요 제과업체들은 초콜릿 및 초콜릿이 함유된 과자 가격을 최대 20%까지 인상했다. 오리온 '초코송이'는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됐고, '비쵸비'는 3000원에서 3600원으로 올랐다. 해당 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를 "원자재 가격상승때문에 원가부담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 초콜릿 원료가 되는 카카오 주요 산지에서 가뭄과 병해가 발생하면서 카카오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국제 카카오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카카오 생산량은 2024년 하반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급등하던 국제 카카오 가격도 조정을 거치면서 차츰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국내 초콜릿 가격은 인하되지 않았다. 한번 오른 가격은 그대로 유지됐고,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가격을 감수해야 했다.

커피 역시 같은 경로를 밟았다. 동서식품은 2024년 11월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8.9% 인상한데 이어, 2025년 5월 가격을 다시 평균 7.7% 인상했다. 이에 따라 맥심 모카골드, 카누 아메리카노 등 주요 제품 가격이 평균 9% 안팎으로 올랐고, 소비자 판매 가격도 6월부터 순차적으로 인상됐다. 동서식품은 가격인상 이유로 커피 원두가격 상승과 환율부담, 수입 원재료 비용 증가를 들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인베르토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국제 커피원두 가격은 주요 시점 기준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브라질과 베트남 등 주요 생산지에서 이상고온과 폭우가 반복되며 작황이 악화된 영향이었다. 다만 이후 생산 여건이 일부 회복되고 국제 원두가격의 변동성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커피 가격은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던킨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역시 원두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뒤 이를 유지하고 있다.

올리브유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세계 최대 올리브유 생산국인 스페인에서 2022~2023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며 올리브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이를 계기로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급등했다. 이후 2024년 들어 강우량이 회복되며 생산 여건이 개선됐다는 신호가 나왔지만, 국내를 비롯한 주요 시장의 올리브유 소비자 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다.

초콜릿과 커피, 올리브유 모두 이상기후로 가격변동이 시작됐다. 가뭄과 폭염, 작황 부진이 이어지며 생산량이 줄었고, 그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생산 여건이 일부 회복된 이후에도 가격은 내리지 않았다. 기후는 가격인상의 명분으로 작동했던 것이다.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는 "기후변화가 가격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생산량 변화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가격이 움직인다면 그건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격은 밭이나 농가에서 결정되기보다, 도매와 소매, 계약과 재고, 마진이 얽힌 유통 단계에서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농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에서 생산가 비중은 크지 않다. 소비자들의 '기후불안'을 이용해 유통단계에서 이뤄지는 가격 인상폭이 더 크다. 본고에서는 배추와 초콜릿, 커피, 올리브의 사례만 들었지만 다른 농산물의 가격형성 구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기후변화로 생산농가는 소득이 줄어드는 피해를 입고, 밥상물가 인상으로 소비자의 가계부담은 커지지만 유통가는 어떤 손해도 보지않는다.

문제는 기후가 아니다. 기후위기를 명분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유통구조에서 밥상물가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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